“정부의 잘못된 산림 관리·이원화된 산불 대응이 화 키웠다”

이삭 기자 2025. 3.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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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산림청, 경제성 이유로 활엽수 솎고 침엽수 심어”
막대한 예산에도 진화 전문성 없어…“소방청으로 일원화를”

산림 전문가들은 영남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이 ‘전형적인 인재’라고 지적했다. 침엽수 중심 조림 등 산림청의 산림관리 실패와 이원화된 산불 대응 태세가 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산림청과 소방청으로 나뉜 산불 대응을 소방청으로 일원화하고 산불 이후 섣부른 인공조림보다 자연 복구에 맡겨둘 필요성이 제기됐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30일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하며 “산불은 작은 불꽃이나 불똥, 성냥불, 라이터 불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시작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산불 발화가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것은 결국 산림관리 방식이 잘못되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산림청은 경제성이 높다며 곳곳에 소나무를 심고 활엽수 등 다른 나무를 솎아내는 이른바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해왔다”면서 “그런 사업이 산을 더욱더 메마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침엽수는 목재로서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산불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되어왔다. 그러한 지적은 이미 강원 강릉·삼척, 경북 울진 등 대형 산불에서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침엽수 위주로 조림 사업을 하는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다. 홍 교수는 “산림청은 ‘침엽수가 햇빛이 바닥에 도달하는 양을 늘리고 숲에 바람을 잘 통하게 한다’고 홍보하는데 달리 말하면 숲을 빠르게 건조하게 해 산불에 더욱 취약한 상태를 만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활엽수를 ‘물에 젖은 종이’에,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기름에 젖은 종이’에 비유했다. 활엽수는 잎이 물을 머금고 있어 불이 붙어도 금세 꺼지지만, 송진 등 기름 성분이 많은 소나무는 한번 불이 붙으면 지속 시간이 활엽수보다 2.4배나 길다는 것이다. 소나무 숲은 특히 나무의 가지와 무성한 잎을 태우며 빠르게 번지는 산불인 수관화(樹冠火)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홍 교수는 “물에 젖은 종이와 기름에 젖은 종이가 골고루 분포돼 있다면 불이 금세 꺼졌겠지만 우리나라 산림은 기름에 젖은 종이만 가득하다”면서 “건조한 산림에 기름 역할을 하는 소나무까지 있어서 한번 불이 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산림청이 주도하는 신불 진화 체계 역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는 “2022년 울진 산불, 2000년 고성 산불 등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산림청은 매번 진화에 애를 먹었다. 불길을 잡지 못하다가 이번처럼 비가 내려야 진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산림청에 산불 예방과 진화를 위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산림청이 화재 진압 관련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서는 산불 관련 예산과 산불 진화 헬기 등 진화 장비, 인력 등 모든 것을 소방청으로 일원화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화재 복구를 위해 인공조림 사업을 서둘러 실시하기보다는 자연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시간을 둘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산을 복구한다는 명목으로 타버린 나무를 벌목하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으면 자칫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과거 산불 피해를 입은 강릉 옥계 등의 일부 산은 인공조림을 하지 않고 놔뒀더니 참나무가 자라 숲을 이뤘다”고 말했다. 자연에 맡겨뒀더니 오히려 산불을 더 잘 견디는 숲을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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