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없는 국제사회, 헌법이 외교의 길을 연다고?

안홍기 2025. 3. 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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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는 헌법이 없다.

많은 국제정치학 개론 책이 국제사회에는 반드시 따라야 할 법이 없는, '무정부 상태'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이 <헌법의 힘 외교의 길> 이다.

국제정치학 개론서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학생에게, 12.3 내란으로 헌법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민주시민에게, '외교는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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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연세대 교수가 쓴 <헌법의 힘 외교의 길>

[안홍기 기자]

국제사회에는 헌법이 없다. 많은 국제정치학 개론 책이 국제사회에는 반드시 따라야 할 법이 없는, '무정부 상태'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조약과 국제법, UN과 같은 국제기구가 발휘하는 규범력도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역학관계가 배경에 있다. 그야말로 헌법이랄 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이 <헌법의 힘 외교의 길>이다. 뭘 잘 모르는 사람이 썼나? 아니다. 저자는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다. 공부를 많이 했다.
▲ 헌법의 힘 외교의 길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쓰고 21세기북스가 펴낸 <헌법의 힘 외교의 길>
ⓒ 21세기북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평화기획비서관을 지내며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끌어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 철거를 두 다리로 직접 확인한 사람이다.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내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중재하고, 호르무즈해협에서 나포된 유조선을 구출하기 위해 이란에서 협상하는 등 외교의 일선에 있었기에 '외교의 현실' 또한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2.3 내란에 대한 반작용으로 헌법에 대한 관심이, 헌정 수호에 대한 시민의 열의가 높아진 것을 판매고에 반영하려는 의도로 '헌법'을 책에 끼워넣은 것일까?

이 책은 외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흔히 사건 위주로 쓰곤 하는 회고록이 아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국제정치학 개론에서 다루는 주요 개념을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개론서의 성격도 있다. 개론서들처럼 '국익'의 정의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부터 헌법과 외교의 관계가 등장한다. 일단, 시류를 좇아 뒤늦게 '헌법의 힘'을 제목에 끼워넣은 것은 아니란 얘기다.

언젠가 사석에서 만난 최 교수는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얘길 한 적이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짧은 시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고, 오랜 세월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극우의 바람'을 맞아 휘청이고 있는 이때에 한국사회가 12.3 내란을 잘 극복해내는지는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외교 현장의 경험과 학자로서의 통찰이 어우러진 견해라 할 수 있다. 결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한국 외교의 역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나아가 한국의 외교는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을 현장의 외교관들에게 권한다. 외교관으로서 첫 발을 떼던 그때의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보라. 그때그때 정권이 '국익'을 다시 정의하고 그에 따라 달라진 정책 목표에 따라 흔들려 온 개인의 신념도 다잡아보라.

이 책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문재인 정부의 협력외교가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계승했고, 이명박 정부의 아시아 지역 다자외교를 강화 노력을 이어받았으며, 협력외교의 출발점은 노태우 정부라고 서술한 부분이다.

외교안보정책의 연속성, 즉 정권 간 외교의 '이어달리기'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지만, 이후에 들어설 정권의 정책 결정자들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쉽게 쓰여졌고 두껍지 않고 가벼운 책이다. 국제정치학 개론서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학생에게, 12.3 내란으로 헌법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민주시민에게, '외교는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줄을 그으며 읽은 한 대목을 소개한다.

"정치학자로서 나는 민주주의의 이상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 국민이 이룬 민주주의의 성숙함은 외교의 힘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한국 외교가 세계 무대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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