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진압 피해 도망치는 ‘피카추’···주말 새 ‘형제의 나라’서도 대규모 시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규탄하고 수감된 야당 대선후보를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시민들이 주말 사이 이스탄불 도심으로 쏟아져 나왔다. 외신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투옥에 항의하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이는 최근 10여년간 튀르키예에서 벌어진 가장 규모가 큰 시위라고 전했다. 시위를 주도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220만명이 몰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대항마로 지목되다 최근 체포·구금된 이마모을루 시장의 옥중 편지가 낭독됐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위대한 국민이 단결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폭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작은 감방에서 외친다. 국민은 위대하다”라고 적었다. 이마모을루 시장의 아내 딜렉 카야 이마모을루 여사도 집회에 나서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22년 장기 집권을 끝낼 야권 대항마로 꼽혀 왔다. 그는 CHP 대선 경선 후보 선출을 나흘 앞둔 지난 19일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협력한 혐의, 지난해 3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사업가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체포 하루 전 모교인 이스탄불대학에서 학위가 취소돼, 대통령 피선거권 조건인 학사학위가 박탈됐다.
일련의 조치가 ‘정적 제거’를 위한 에르도안 행정부의 정치 탄압이라는 비판이 크게 일면서 이마모을루 시장 구금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스탄불대학을 포함해 보아지치 대학, 앙카라 대학, 게브제 공과대학, 아나돌루 대학 등에서 학생들의 수업 보이콧과 교내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23일 이마모을루 시장은 수감 중인 상태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CHP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에르도안 정부는 강경 대응 중이다. 19일 이후 시위에 참여했다 구금된 인원은 약 1900명에 달했다. 튀르키예 법무부는 지난 27일 “일부 세력은 이번 수사가 정치적 의도로 시작됐다는 여론을 조성하려 하고 사법 절차를 대통령에 연관시키려 한다”며 정치 탄압 의혹을 부인했다. 이마모을루 시장 체포 직후 시위가 거세지자 튀르키예 정부는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집회·시위를 생중계한 방송사는 징계를 받았고, BBC 기자는 추방당했다.
튀르키예의 반정부 시위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캐릭터 ‘피카추’가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피카추 의상을 입은 시위 참여자가 경찰 진압을 피해 도망치는 장면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튀르키예의 상황이 알려졌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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