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월2일부터 외국산 車에 25% 관세”…휘몰아치는 관세전쟁에 한국 ‘비상’

김하늬 미국 통신원 2025. 3.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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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 부품에도 25% 관세…한국, 대미 수출 1위 車 관세에 ‘적신호’
31조 투자 현대차도 타격 불가피…車업계 현지생산 확대로 충격 완화 시도할 듯

(시사저널=김하늬 미국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또 오락가락이다. 키워드는 '상호관세'다. 한국 기업 현대자동차가 3월24일(현지시간) 31조원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건네자, 자신의 관세 드라이브 성과로 자화자찬하며 트럼프는 일부 국가에 대해 관세 완화나 면제를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럭비공 같다. 언제든 입장을 180도 바꿀 수 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트럼프는 4월2일부터 외국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영구적으로 물리는 행정명령에 3월26일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번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해 '해방의 날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부과가 예정된 4월2일을 '해방의 날'이라고 지칭해 왔다. 결국 상호관세 부과를 코앞에 두고 관세의 표적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은 커졌다. 실제 이날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예외를 두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상호관세에 대해 "우리는 매우 공정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매우 관대하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3월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

'현대차 예외' 시사했던 트럼프, 또 말 바꿔

자동차는 한국의 핵심 대미 수출품목이다. 즉 이번 트럼프의 결정이 우리 산업계에 끼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서로의 자동차에 관세를 거의 물리지 않았지만, 현실화된 관세 부과 조치로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은 10.4%로 반도체 다음으로 크다. 또 한국 기업의 자동차 해외 수출액 중 미국 시장 비중은 거의 절반(49.1%)에 달한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두 번 때리는' 2단계 체계 상호관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월26일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1단계로 대통령의 긴급 권한을 이용해 수입품에 즉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2단계로 교역 상대국에 대한 공식 조사 후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1단계는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즉시 부과하는 방안이고, 2단계는 상호관세 부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슈퍼301조를 발동해 교역 상대국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는 조사 기간에도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발동하는 이례적인 조처도 검토하고 있다. 관세법의 338조인 IEEPA를 활용한다면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교역 상대국들에 관세를 물릴 수 있는데, 이 경우 최대 50%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1974년 무역법의 122조를 동원하는 방안도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최대 150일까지 최고 15%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트럼프의 관세 행보가 또 변덕을 부리기 시작한 계기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발표 행사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가 주재한 행사에 참석해 "향후 4년간 미국 내 2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신규 투자를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며 "우리의 미국 내 공급망 현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한국 기업이 대규모 현지 투자계획을 밝힌 것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현대차의 투자계획 발표를 자신의 '관세 드라이브' 성과로 홍보했다. 트럼프는 "현대차가 곧 매년 100만 대 이상의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이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 발표에서 다수 국가가 일단 포함되지 않거나 해당 국가보다 관세율이 낮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 블룸버그통신은 관세 발표 계획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통령의 공격은 투자자와 외국 정부를 혼란에 빠뜨린 무역 정책에 대한 그의 불규칙한 접근 방식의 최근 사례를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의 계속되는 말 바꾸기 행보가 글로벌 무역 질서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3월2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루이지애나 주지사 제프 랜드리(맨 오른쪽)가 함께 서 있다. ⓒAP 연합

'美 무역적자 8위' 한국, 표적 관세 대비해야

현지 언론은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계속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전쟁이 수십 년 동안 본 적 없는 속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의 관세가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유사하다며, 무역장벽을 높이고 관세와 보복관세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글로벌 무역 기반을 흔들며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고 트럼프 관세도 장기적 타격을 가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다. 

시장에서도 트럼프가 관세와 관련해 발언 수위를 낮추고 있지만 상호관세가 미국과 교역하는 거의 모든 품목에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시장이 대체로 초기에 적용할 상호관세율이 평균 9%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2배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정부가 부과할 상호관세율이 대체로 10%가량 될 것이지만 이것이 1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현재 평균 관세율은 3%가량이다.

현재 한국은 상호관세 부과가 유력한 국가로 꼽힌다. 한국은 미국이 FTA를 체결한 20개국 중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높은 무역적자를 안겨주고 있는 나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 또한 한국이 상호관세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WSJ는 "이번 상호관세 조치는 애초 예상보다 더 표적화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호주·캐나다·중국·인도·일본·멕시코·대만 등과 함께 한국을 그 대상으로 꼽았다. 블룸버그 역시 "트럼프가 상호관세 문제를 논의할 때 무역 침해국으로 EU·멕시코·일본·한국·캐나다·인도·중국을 언급해 왔다"면서 해당 국가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 의지를 인식하고, 적용될 상호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최근 방미 성과를 밝히는 자리에서 "한국이 상호관세 부과를 피해 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우리에 대한 우호적인 대우를 재차 미국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수차례 미국을 방문했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했을 뿐 트럼프를 만나진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역시 트럼프 취임 이후 전화통화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 

한덕수 대행은 직무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대외경제현안 간담회'를 권한대행이 주재하는 '경제안보전략 TF'로 격상시켜 운영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통상과 안보 문제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한 대행은 "그간 통상과 외교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발 관세 폭풍을 헤쳐나가는 데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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