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산불, 처벌도 강력하게" 난리인데…"어려울 수도" 왜?

한지연 기자, 정진솔 기자 2025. 3. 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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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와 이사리 일대 마을이 산불에 전소돼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일주일 가량 이어진 영남권 산불이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것을 두고 처음 불을 낸 사람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실제 법적으로는 화재의 원인, 해당 원인과 화재 확산과의 관계, 실수로 불을 낸 사람의 의도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해 형량이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산불의 원인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까지 파악되고 조사된 바로는 경북 의성에서 묘지를 정리하던 성묘객의 실수, 경남 산청에서 잡초 제거 중 예초기에서 튄 불씨 등 개인의 실수로 인해 처음 산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실화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고의로 불을 낸 방화범보다 처벌 수위가 낮다. 방화의 경우 불을 낸 곳이 산림보호구역 또는 보호수면 7년 이상∼15년 이하, 타인 소유의 산림이면 5년 이상∼10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은 당사자의 목적뿐 아니라 결과 발생의 중대성도 함께 고려한다. 국가적 재난으로 여겨지는 이번 화재 책임자로 지목되면 좀 더 강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산불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산림보호법상 실화죄에 더해 형법상 과실치사죄나 과실치상죄가 추가 적용될 수 있다. 다치거나 숨진 사람이 많을 경우 형량은 더 세진다. 기본적으로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과실치상죄의 경우 불을 낸 사람이 불이 날 수 있다는걸 예상하면서도 방치했는지, 불이 번지지 않도록 기본적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에 여부에 따라서도 형량이 달라진다. 단순 실수로 인한 것이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그러나 중과실이 인정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실화의 경우 초범 여부, 의도가 없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면 형사처벌은 과하게 받지 않을 수도 있다. 2017년 강릉 옥계에서 담배를 태우다 실수로 불을 낸 인근 주민 2명은 각각 징역 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 야산 근처의 법당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성의 담뱃재가 야산으로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했던 사건에서는 화재와 흡연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피고인의 흡연이 이 사건 화재 원인이 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흡연과 발화 시기가 두 시간 정도 차이가 있고 자연발화의 가능성이 무시할 만한 수준인지에 대한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실화자에게는 형사적 책임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부과된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와 지자체, 이재민과 관련 피해 유족들, 보험사 등 다양하다. 소방청에서 진화 작업에 동원된 소방 인력과 장비 운용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예상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초기 화재 이후 며칠째 산불이 확산되며 피해가 커진만큼 실화자의 과실과 실제 피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피해 규모와의 관계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어렵다. 2019년 12월 전남 화순군의 한 야산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타인 소유의 산으로 옮겨붙어 산불로 번진 사건에서 해당 남성이 임야 소유주로부터 1억3000여만원의 소송을 제기당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청구 비용의 10%가 채 안되는 1260만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배인순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는 "(화재 관련 피해 사실들이) 모두 최초 실화에 의한 것이라 볼 것인지엔 다툼이 있을 수 있다"며 "어느 부분까지 최초 실화의 책임으로 인정될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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