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헬기 안 떠요?" "이미 다.." 119 녹취록에 담긴 전쟁같은 그날

양빈현 기자 2025. 3. 2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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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쟁 같았던 산불 현장, 그날의 상황은 119 신고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번지는 산불에 주민들은 진화 헬기를 보내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했지만, 보낼 헬기가 없단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양빈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칠흑같이 어두운 밤, 시뻘건 불길이 산 능선을 타고 이어집니다.

불똥은 바람을 타고 온 사방에 날아다닙니다.

인근 지역 소방 헬기와 대원들까지 총동원했지만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입니다.

[(이곳) 호수 쪽 인원이 조금 부족합니다!]

이날 경남 산청군 화재는 현장에서 9명이 고립될 정도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산불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이 숨졌습니다.

비슷한 시각, 다른 지역에서도 화재 신고가 빗발쳤습니다.

차로 1시간 반쯤 걸리는 경남 김해시.

신고자는 애타게 산불 진화용 헬기를 찾습니다.

<왜 헬기가 안 뜹니까? 우리 지역 헬기가 다 없어서 계속 불 나고 있어요!>
<우리 헬기가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다 투입됐어요. 저희 소방차는 출동했거든요.>

소방대원은 헬기가 인근 지역 화재에 다 투입됐다면서 대신 소방차를 보냈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소방차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못 올라갑니다. 못 올라가. 지금 큰일이네.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신고자는 산 위쪽으로 불이 번지는 상황에서 차가 올라가지 못한다며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경남 산청군으로 헬기 지원을 보낸 울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곳곳에서 헬기 지원 요청이 들어오지만 "지금 울산에 없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헬기가 빨리 떠야 진화가 빨리 될 건데>
<헬기가 다른 지역에 지원 가서 울산에 헬기가 없어요 지금.>

결국 주민들은 사방으로 확산하는 산불을 피해 스스로 대피해야 했습니다.

[OO야 피해. {빨리 가. 할머니.} 태워, 태워. {할머니 이쪽으로 오세요.}]

[우리 손주들 좀 태워주세요.]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산불과 사투를 벌이다 결국 소방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도 났습니다.

3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종.

사고로 블랙박스까지 훼손돼 사고 원인 규명이 쉽지 않습니다.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보충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피해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화면제공 산림청 /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김성회 의원실]
[영상취재 김준택 김대호 / 영상편집 박수민 / 영상디자인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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