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가 살아남는법 (1)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Qatar)는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작은 국토 크기에 비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나라기도 하다. 1993년 10월 28일, 수도 도하에서 열린 1994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종료 1분을 앞두고 마지막 본선 진출권의 주인이 일본에서 대한민국으로 뒤바뀐 극적인 ‘도하의 기적’이 열린 곳도 카타르였고, 또한 202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2-1로 이기며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곳도 카타르였다.
오늘날 카타르는 천연가스 에너지 부국으로 국민소득이 10만불이 넘는 부자나라다. 여기에 중동의 스포츠 강국으로 불릴 만큼 존재감을 키웠고, 이란 핵협상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갈등 조율 등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중동의 스위스’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현지인 인구가 30만 명도 되지 않는 이 작은 나라가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정치·경제·스포츠를 아우르는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일까? 본 연재에서는 2회에 걸쳐 카타르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경제 전략과 외교 노선, 그리고 스포츠를 활용한 국가 브랜드 구축 과정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지도 함께 생각해보자.
카타르의 통치는 18세기부터 시작됐다. 지금의 카타르 왕가인 알사니 가문이 카타르에 정착하면서 이 지역의 패권을 장악했고, 이후 카타르의 역사적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그러다 18세기 말 쿠웨이트가 옆나라 바레인을 점령하면서 바레인의 알 칼리파 가문과의 오랜 대립이 이어졌다.
19세기 후반 영국이 아라비아반도를 점령하면서 카타르는 바레인과 함께 영국의 간섭을 받게 됐다. 영국은 바레인이 카타르를 사실상 지배하도록 허용했으나, 이에 대한 반발로 카타르는 오스만 제국과의 동맹을 택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결국 1916년 카타르는 영국의 보호국이 됐다.
가난한 어촌에 불과했던 카타르는 20세기 중반 천연가스라는 귀중한 자원이 발견된 이후 중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1971년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고, 이어 UAE 연방 참여도 검토했으나 끝내 이를 거부하면서 독립 국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현재 인구는 약 280만명이며, 카타르 국적을 가진 인구는 30만명이 채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 노동자들이다.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전 세계적인 LNG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장기 공급 계약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틈타 유럽 각국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2023년에는 프랑스와 27년간 LNG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매년 최대 350만 톤의 LNG를 프랑스 남부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독일과도 15년간 연간 200만 톤의 LNG 공급 계약을 맺어 유럽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기반의 부는 카타르 사회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카타르 국민은 세금을 거의 내지 않으며, 정부는 무료 의료, 교육, 주택 지원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 전체 인프라 확장과 스마트시티 건설, 관광지 개발에도 이 자본이 투입되며 천연가스는 그야말로 국가 전반을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천연가스가 영원하리란 법은 없다. 여기에 자원에 의존한 경제는 환율과 국제정세 등 외부 변수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카타르는 옆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랬던 것처럼 자원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카타르가 본격적으로 ‘스포츠 굴기’에 나선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다. 이후 2011년 AFC 아시안컵, 2015년 세계 핸드볼 선수권대회, 2019년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2022년 FIFA 월드컵 등 다양한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특히 2022년 월드컵은 중동 최초의 대회로, 개최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카타르는 이를 통해 자국의 현대화된 인프라, 조직력, 문화적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또한 카타르는 2004년 아스파이어 아카데미(Aspire academy)를 통해 엘리트 체육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이 아카데미는 단순한 스포츠 학교를 넘어 각국 유망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국제 네트워크 허브로 발전해왔다. 대표적인 졸업생으로는 카타르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19년 AFC 아시안컵 우승의 주역이 된 알모에즈 알리(Almoez Ali), 2022년 FIFA 월드컵에서 활약한 악람 아피프(Akram Afif) 등이 있다. 그리고 이 전폭적인 투자는 2023년 카타르가 AFC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현재는 카타르 자본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일부 명문 구단 인수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중이다. 토트넘, 멘체스터유나이티드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폐기됐다가 다시 오르는 등 현재에도 숱한 떡밥을 던져가면서 축구팬들을 잠 못이루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스포츠 산업 내 입지를 확대하려 하고 있으며 더불어 카타르는 향후 2030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중장기적인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2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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