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되려는 맹목적 희망… 정의보다 출세의 수단이었다[북리뷰]

김유진 기자 2025. 3. 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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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정치 논객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의 신작이다.

'검찰독재'라는 말이 정치권은 물론 일상에서도 쉽게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강 교수는 이를 확장해 '법조공화국'이라고 부르자고 주장한다.

공화국 앞에 '민주' 대신 '법조'가 들어간 데는 법에 대한 강 교수 특유의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법조인이 되는 걸 희망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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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공화국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정치 논객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의 신작이다. ‘검찰독재’라는 말이 정치권은 물론 일상에서도 쉽게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강 교수는 이를 확장해 ‘법조공화국’이라고 부르자고 주장한다. 공화국 앞에 ‘민주’ 대신 ‘법조’가 들어간 데는 법에 대한 강 교수 특유의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요즘 사람들은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고, 이제 법은 정의의 실현이 아닌 출세와 특권의 수단이 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법조인이 되는 걸 희망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도 감지된다.

법조인을 향한 선망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됐다. 과거에는 양반 지위를 사서라도 권력을 누리고자 했던 이들에게 경성제국대학 법학과 졸업이라는 새로운 통로가 생겼다. 이때부터 이 땅에 고시 열풍이 불었다. 해방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법고시에 붙기만 하면 황금빛 미래가 보장돼 있었다. ‘코리안 드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대 법대라는 타이틀까지 달면 금상첨화. 그렇게 많은 법조인들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부족주의’를 키워갔다.

변호사, 판검사들은 정치까지 장악했다. 법조인들은 “실패해도 그만, 변호사로 돌아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치판에 뛰어들고, 고시 장원급제 신화에 감동받은 유권자는 그들을 지지했다. 이는 법조 엘리트의 의견이 과잉 대표되는 불균형을 낳았다. 여기에 ‘전관예우’라는 악습이 더해졌다. ‘명예직’에 가까운 법관 자리에 우수 인력이 모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나이가 든 뒤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후불제 유인책’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제는 대형 로펌에서 억대 연봉을 받다가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는 ‘후관예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대우를 받는 변호사들을 비판하면서도 그들을 찾는다. 판검사 출신인지, 퇴직 전 직위는 뭐였는지를 따진다. 그들의 관계가 유리한 판결을 가져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악순환이 끝나지 않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낮은 법적 신뢰도다. 저자는 늑장 재판과 재판 결과에 대한 불신에서 문제가 비롯됐다고 말한다. 나아가 일부 법관들이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사법부 내 정치적 의견이 뚜렷한 사조직이 살아 있는 한, 사법부가 불공정하다는 이미지를 벗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 재판 과정 그리고 지금의 어수선한 정국이 법조공화국의 민낯을 드러낸 건 아닐까. 216쪽, 1만6000원.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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