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배당소득세 안 뗀다… ‘비과세 배당’으로 개미들 유혹
기업 잉여금중 자본준비금 활용
세금없이 주주에 줘 ‘감액 배당’
올 주총서 안건 상정 기업 3배로
우리금융, 3.3조 규모 배당 통과
주주 수익 개선효과에 주가 상승
ETF·고배당주 투자에도 매력적
전문가 “지속가능한지 따져봐야”

주식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배당 트렌드가 하나 있다. ‘비과세 배당’이다. 말 그대로 세금이 붙지 않는 배당이다. 일반적으로 배당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만, 비과세 배당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같은 배당이라도 세금 유무에 따라 체감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 배당에 민감한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개미(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구조다.
비과세 배당은 기업의 자본잉여금 중 ‘자본준비금’을 활용한다. 유상증자 시 액면가를 초과해 조달한 금액이 자본준비금이다. 상법상 이 자금은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면 초과액에 한해 감액이 가능하다. 감액된 자본준비금은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할 수 있고, 이를 배당 재원으로 사용하면 세금 없이 주주에게 지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감액 배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과정 전체가 법적으로 허용된 구조다.
비과세 배당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시즌’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126곳에 달한다. 이는 2023년 27곳, 2024년 36곳과 비교해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종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전략은 투자자에게는 실익이 크고,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 없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관리할 수 있는 카드다. 회계상 자본 항목을 조정해 배당 여력을 확보하는 구조라,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주가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금융지주다. 금융지주회사 중 처음으로 비과세 배당에 나선 우리금융은 지난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약 3조3000억 원 규모의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해당 금액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향후 중간배당부터 이를 활용해 비과세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 총액은 동일하지만 세금 없이 수령할 수 있어 실질 수익이 상승하게 된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우리금융이 자본준비금 감액을 공시한 3월 8일 이후 주가는 반등세를 나타냈다. 특히, 비과세 배당 기대감이 부각된 3월 11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5.98% 급등해 1만6310원에 마감했다. 이는 단순한 배당 강화가 아니라 절세를 통한 주주 수익률 개선이라는 메시지가 투자자들에게 분명히 전달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우리금융 외에도 셀트리온, KCC글라스, 현대엘리베이터, 엘앤에프, 진에어, 서흥, 시노펙스 등 코스피·코스닥을 아우르는 다양한 기업이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기업별로 감액 규모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익잉여금 전입을 통해 배당 여력을 확보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다른 전략적 활용 방안을 병행하고 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고배당주 투자에서도 비과세 배당 여부는 중요한 고려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같은 수익률이라도 세후 기준에선 차이가 크다”며 비과세 구조를 가진 종목이 배당투자에선 상대적 우위를 가진다고 분석한다. 실제, 일부 ETF는 포트폴리오에서 자본준비금 감액 이력을 반영하고 있다. 절세가 ‘수익률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시대다.
다만, 자본준비금을 감액했다고 해서 반드시 배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 투자자들은 관련 공시 내용을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일부 기업은 자본준비금 감액 이후에도 현금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이나 내부 투자재원 확보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또 감액 자체는 상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투자자는 기업의 공시와 기업설명(IR) 자료, 정기 주총 안건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아울러 비과세 배당이 일종의 조세 회피 수단으로 국가 세수 감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배당은 이익에서 나오는 보상인데, 자본잉여금에서 배당을 하면서 세금까지 면제받는 것은 편법”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향후 세제 개편 과정에서 과세 체계 정비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과세 배당은 ‘개미’에게는 기회다. 세금 없는 배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의 크기뿐 아니라 ‘세금을 떼느냐, 안 떼느냐’가 주식 투자 판단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금 없는 배당이라는 문구가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지만,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기업이 이를 어떻게 실행하는지, 얼마나 지속가능한 배당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이사회 결정 사항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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