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하며 대체 '라이터'를 왜 썼을까
50대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다가 실수로 불을 냈다고 했다. 현장에선 라이터가 발견됐다.
의성을 삼킨 '괴물 산불'의 시작이 그랬다.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퍼졌다. 안동.청송.영양.영덕으로. 27일 오전 기준 모두 21명이 숨졌다. 이날 산불을 끄러 간 헬기마저 추락했다. 타고 있던 조종사가 숨졌다.
산불이 휩쓴 면적은 같은 날 오전 기준 3만3204헥타르(ha). 이는 축구장 4만6504개 면적에 달한다. 축구장 한 개 면적은 0.714헥타르다.
그게 다가 아니다. 40년에서 100년까지 걸리는 자연의 회복, 그 안에서 평화로이 숨 쉬다 궤멸 됐을 생물 다양성. 불 끄는 이들의 노고와, 이에 투입된 비용은 헤아릴 수도 없으니.
그러니 수많은 이들이 불씨의 원인을 다시 바라봤다. 분노하면서도 의아해했다. 성묘객이 실수로 산불을 낸 건, 매년 평균 17.6건에 달했다(2014~23년, 최근 10년 기준, 산림청).
"성묘를 마쳤으면 쓰레기 버리고 풀 뽑고 정리하면 되지, 대체 라이터를 쓸 게 뭐가 있나."
이를 두고 추측이 난무했다. 향초를 피운 거다, 담배를 피운 거다, 고인이 좋아하던 담배를 꽂아준 거다, 고인의 유품을 태운 거다, 쓰레기를 태운 거다, 지방(차례 대상자를 쓴 종이)을 태운 거다, 주변 풀 정리한다고 태운 거다.
정확한 원인은 경찰이 성묘객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건,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게 다 산불 원인이 된단 거다. 이를 어떻게 막을지, 고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화재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쓰레기를 왜 버리지 않고 태우는가. 성묘의 경우, 대개는 가지고 내려가기 귀찮아서다.
시골에서 자라 성묘를 자주 했단 김재우씨(47)는 "성묘가 끝나고 나면 일회용 컵, 젓가락, 비닐, 음식물 쓰레기 등이 많이 나오는데 산에서 다시 가지고 내려오기 귀찮아, 어른들이 태우는 걸 많이 봤다"고 했다. 김씨는 "어렸을 때도 산에서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싶어 조마조마했었다"고 했다.
쓰레기를 태우는 건 성묘객만이 아니다. 농촌 지역에서 영농 후 남은 부산물 등을 태우는 경우도 많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쓰레기를 태우다 산불 낸 게 715건으로 전체 2위였다.
왜 쓰레기를 태우는 건가. '농촌 주거지역 쓰레기소각으로 인한 산불화재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2016년, 이영삼)을 살펴봤다. 거기에 이리 쓰여 있었다.
'농촌의 경우 대도시와 달리 쓰레기 처리에 대한 편리성이 떨어진다. 주민이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마을의 공동쓰레기 집합 장소로 이동해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장소 위치는 대부분 마을회관 앞 공터에 한 곳만 지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 쓰레기 종량제 실시 이후 농촌에서 소각하는 게 늘었단 분석도 있었다. '산불 통계로 본 우리나라의 산불 특성 연구(2012년, 이명욱, 이시영, 이종호)'에선 이리 언급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쓰레기소각과 담배불에 의한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가 1995년 1월 전국 실시됨에 따라 농산촌에서 쓰레기를 종량제로 배출하기 보단, 소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지자체에서 단속하고 있지만, 이를 피하려 야간에 몰래 소각하는 등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제사가 끝나면 지방을 다 태우고, 마지막으로 조상을 보내는 인사를 올린다. 그러면서 가족의 건강이나 재물운 등 소원을 비는 경우도 있다.
2021년엔 실제 이로 인해 불이 나기도 했다. 경북 영천 청통면 한 야산 묘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70대 아버지와 40대 아들이 성묘 후 지방을 태우다가 불이 났다.
2019년엔 차례를 지내고 아파트 가정집에서 지방을 태우다, 불씨가 플라스틱 배관에 옮겨붙어 화재가 나기도 했다.
2019년 4월엔 경북 예천에서 50대 성묘객의 담뱃불로 산불이 발생했다. 조상에게 담배를 올리겠다고, 불을 붙여 묘지에 꽂아뒀다가 불길이 번졌다. 소방당국은 진화 작업을 위해 헬기 6대, 인력 101명을 동원해야 했다.
담배꽁초 하나가 큰 산불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2023년 4월, 충남 당진에선 산불로 산림 68헥타르가 소실됐다. 축구장 95개 크기가 타버린 것. 이는 한식을 앞두고 성묘하러 왔다가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 하나가 원인이었다.
성묘할 때 피우는 향초가 산불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9년 3월, 경북 의성군 야산에서 50대 성묘객이 실수로 향초를 넘어뜨렸다. 이 화재로 18.44헥타르의 산림이 불타고, 1억5700여 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 성묘객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실수로라도 불을 내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산림보호법 제53조 제5항)이다. 검거율도 늘고 있다. 2021년 37%에서 올해 1~3월 46.1%로 늘었다. 감시 체계도 촘촘해지고 있다. 산림청은 올해 송전탑을 활용한 산불 무인 감시카메라를 100대 더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 5년간 산불을 낸 817명 중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은 5.26%이고, 벌금형도 19.8%에 그쳤다.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선, 처벌에 손해배상까지 물려야 한단 것. 2015년 강원도 삼척에서 대형 산불을 낸 가해자는 벌금형 500만원을 받았다. 이후 산림청에서 민사소송을 제기, 1억3000만원을 배상하란 판결을 얻어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미국에서는 12살 소년이 실수로 산불을 냈는데, 약 400억원을 배상했다"며 "헬리콥터 한 대가 1시간 동안 산불을 끄는 연료비, 항공기 감가상각비 등을 다 감안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수로라도 산불을 야기한 사람은 100년 걸리는 자연 복원 비용까지 물려서, 중대한 범죄 행위란 걸 깨닫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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