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철소 짓는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셧다운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지어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 제철소들이 잇따라 국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고급 제품은 해외로 나가고, 국내에선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공세로 감산에 나선 것이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간 인천공장 철근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1953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철근 시황 악화로 인한 감산 조치”라며 “국내 철근시장의 초과공급이 해소될 때까지 감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간 330만t의 철근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은 국내 철근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인천공장에선 약 150만t을 생산해 왔는데, 이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제철공장 중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형강 생산라인을 중단했다. 이후 재개했지만 가동률이 낮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11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아예 폐쇄했다. 자동차 부품과 건축용 철강재의 반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이다.
건설경기 침체에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이 겹치며 국내 철근 가격은 한없이 내려가고 있다. 2022년 3월 t당 110만6000원이었던 철근(SD400·10㎜ 기준) 가격은 이달 67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업계가 생산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t당 70만원보다 낮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도 전년 대비 2.1%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했고, 지난 26일엔 50세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창립 이후 첫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1595억원으로 전년(7983억원) 대비 80% 줄었다.
관세를 피하려면 해외 현지에 생산시설을 짓는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포스코도 미국에서 쇳물을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은 지난 20일 “미국 등 고수익 시장에서 완결형 현지화 전략으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는 북미 지역에 반제품을 최종 제품으로 가공하는 ‘하공정’ 시설만 갖추고 있다.
철강업계의 해외 투자 확대는 국내 일자리 위축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제철소는 자동차 공장만큼 일자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국내 생산이 줄 경우 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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