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경질’·카사스 ‘벼랑’…한국엔 ‘신뢰 위기’ 홍명보
카사스는 일관성 없는 운영 비판
각국 축구 감독들 ‘위태로운 현실’
파울루 벤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6일 북한에 2-1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지 8시간 만에 UAE축구협회로부터 전격 경질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으로 이끈 인물이 ‘죽음의 조’로 불린 A조에서 3위, 나쁘지 않은 성적에도 경질당한 것은 아시아 국가대표 사령탑들의 위태로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아시아에 배정되는 본선 티켓이 8.5장으로 확대됐음에도 각국 축구협회의 감독 교체 결정은 더 과감해지고 있다. 협회와의 관계, 여론, 단기적 부진까지 모두 경질 사유가 되는 시대다.
벤투 감독은 UAE를 A조 3위(승점 13점)로 이끌며 플레이오프 진출권은 확보했지만 2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7점)과의 격차가 벌어져 본선 자력 진출 희망이 사라지자 경질됐다.
현지 매체들은 “벤투 감독의 고집이 축구협회와 불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아시안컵 16강 탈락, 걸프컵 조별리그 탈락(2무1패) 등으로 부정적 평가도 한몫했다. 벤투 감독은 UAE에서도 자신만의 철학을 고수해 협회와 마찰이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 최종 후보였던 헤수스 카사스 감독도 이라크를 한국과 같은 B조에서 3위(승점 12점)로 이끌고 있지만 경질 수순에 있다. 이라크 언론에 따르면 카사스 감독은 34경기에서 65명의 선수를 기용하고, 161번이나 교체하는 등 일관성 없는 운영으로 비판받았다.
지역 예선 기간부터 감독 교체가 잦아진 데는 여러 배경이 있다. 과거 아시아에 4.5장 배정되던 본선행 티켓이 8.5장으로 늘면서 ‘쉬워졌다’는 인식이 각 축구협회의 기대치를 높였다. 본선에 직행하는 1·2위를 하지 못하면 ‘무능’으로 연결된다. SNS의 발달로 여론이 축구협회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홍명보 한국 감독도 현재 위기다. 최근 전술적 역량에 한계를 드러냈다. B조에서 4승4무(승점 16점)로 1위지만, 상대적으로 약체들이 포진한 조에서 5할 승률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특히 오만, 요르단과의 2연전(모두 무승부)에서 보여준 경기력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홍명보 감독은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통해 안정적으로 지휘봉을 잡고 있다. 하지만 좋은 성과를 냈던 감독들도 한번 삐끗하면 자리를 잃는 시대다. 정몽규 회장은 월드컵 지역 예선 홈 2연전이 끝난 뒤 SNS를 통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못내 아쉬운 결과”라고 언급했다. 벤투 감독 등의 줄퇴진은 홍명보 감독에게도 무거운 경고음이 될 수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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