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업체, 식당 업주에 압박...“배민1, 쿠팡이츠 쓰면 배달 안 해준다”
쿠팡이츠 성장에 배민도 자체배달 집중
위기감 느낀 배달대행업체, 업주들 압박 논란
배달대행업체들이 경기도 평택 등 일부 지역에서 음식점 업주들에게 배민1플러스(배민 자체배달)를 해지하고 가게배달(대행업체 배달)만 이용하도록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2위 쿠팡이츠가 100% 자체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발판 삼아 급격하게 성장하자, 1위 배민도 자체배달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배달대행사들이 업주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27일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쿠팡이츠와 배민1플러스 같은 플랫폼 자체배달 서비스를 해지하라고 보이콧을 요구해 고민이라는 업주들의 글이 올라왔다.
한 업주는 “배달대행업체를 위해 자체배달을 해지하면 식당 매출도 줄어들 텐데 그건 누가 책임지느냐. 자체배달을 해지하지 않으면 배달 대행을 안 해준다고 하는 것은 갑질”이라며 “안 그래도 힘든 사장님들 더 힘들게 하지 말고 공생할 수 있는 길을 현실적으로 찾자”고 했다.
다른 업주는 “그동안 배달대행업체들도 말도 안 되는 사유로 배를 불려 온 것 아니냐”라며 “눈, 비가 온다고 할증, 야간이라고 할증하면서 배달대행업체끼리 모여 배달 요금을 올려놨다. 업주들과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협박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실제 평택 지역 배달대행업체인 뉴트랙, 생각대로, 디플러스 등은 지난 15일부터 해당 지역 배달 음식점 업주들에게 “배민 자체배달 서비스인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면 배달 대행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대신 배달대행사를 통해 배달하는 가게배달에 대해서는 건당 배달비를 500원 인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경기 침체와 더불어 대기업 배달 플랫폼의 일방적인 정책 변경 때문에 가맹점과 배달 대행사의 운영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작년에는 경남 창원 지역에서도 일부 배달대행업체들이 쿠팡이츠에 서비스를 등록한 음식점에서 들어온 배달을 해주지 않겠다고 한 사례가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앱의 자체배달이 배달대행업체가 배달해 주는 것보다 더 편리한 측면도 있다. 쿠팡이츠가 1년 새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100% 자체배달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배달은 배달앱이 배달원을 관리하기 때문에 배달 위치, 시간 등이 정확하게 안내된다.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자체배달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배달원과 소통해 처리할 수 있다.
반면 대행업체가 배달하는 경우 라이더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배달대행과 자체배달을 동시에 유지해 왔던 배민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이 배달앱의 자체배달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에 자체배달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이다.
배달대행업체가 업주들에게 배달앱의 자체배달 서비스를 등록하지 말라고 압박하면 업주들이 피해를 볼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배달 앱들이 무료 배달 비용을 직접 부담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자체배달의 경우에만 배달앱이 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식당이 자체배달은 등록하지 않고 대행업체 배달만 이용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비를 내야만 해당 식당에서 배달을 받을 수 있다. 업주 입장에서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배달비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다른 식당을 이용하거나 배달 주문 자체를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배달앱 비회원인 소비자의 경우에는 자체배달보다 배달대행이 저렴한 경우도 있다. 보이콧을 요구하는 배달 대행업체들은 성명서에서 업주가 내는 수수료도 배달대행이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민1플러스의 경우 소비자가 2만원을 주문했을 때 점주가 7000~8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가게배달의 경우 2000원대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성명서에 대해 한 업주는 “4월부터 배민 앱 개편으로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이 통합되면 배민 또는 배달대행업체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0.7%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사는 배달비 외에 가맹비 등 별도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할증하는데 결국 이 부담은 업주가 감당하거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자체배달은 소비자들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여서 이를 선호하는 현상은 시장의 흐름”이라고 했다.
한 업주는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비를 낮추거나 배달 속도를 높이는 등 배달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업주들에게 보이콧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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