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 불 잘붙는 소나무 최다... 최악 불지옥 원인됐다

박선민 기자 2025. 3. 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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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경북 산불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소나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나무는 불이 붙을 경우 지속 시간이 활엽수에 비해 2.4배 길어 산불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경북은 소나무 숲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27일 산림청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북 소나무 숲 면적은 45만7902㏊로, 강원(25만8357㏊), 경남(27만3111㏊) 등과 큰 차이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산림 면적 중 소나무 숲이 차지하는 비율도 약 3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소나무는 산불에 가장 취약한 수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 소나무 송진은 테라핀과 같은 정유 물질을 20% 이상 포함해 불이 잘 붙고 오래 타는 특성이 있다. 또 소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그대로 붙어 있어 나뭇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을 태우고 확산하는 수관화(樹冠火)가 발생하기도 쉽다. 수관화는 나무에서 나무로 불길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대형 산불로 번지는 주요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 역시 산불 확산 주요 원인으로 소나무를 지목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핵심은 소나무림에 있다”며 “소나무는 척박지에서 견디기 위해서 몸에 기름을 생성해낸다. 이걸 송진이라고 하는데, 이 기름에 불이 붙어서 계속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확산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불이 기름을 또 타고 다른 소나무림을 타고 이동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확산을 막는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의성 산불 상황을 살피기 위해 현장에 방문했다는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역시 전날 인터뷰에서 “산불 피해 지역이 대한민국에서 소나무 밀도가 제일 높은 곳”이라며 “겨울에 낙엽이 떨어지는 참나무 숲은 산불이 발생해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은데 소나무가 있는 곳은 불씨가 날아다니면서 피해를 가중시킨다”고 했다. 그는 “안동, 의성부터 영덕까지는 대한민국의 소나무 밀도가 평균 50% 정도 되고, 특정 능선 사면에는 소나무 밀도가 90%까지 된다”고 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난·환경부장은 “소나무가 국내에 잘 적응한 수종이지만, 불에 잘 타는 단점이 있다”며 “소나무는 죄가 없는 만큼 다 솎아베기하자는 것은 아니고 주택가나 발전소 주변 등 지켜야 할 대상 주변에 있는 소나무만 솎아베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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