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항구’ 美에 팔리기 직전, 中이 나선 이유는 뭘까
파나마운하 내 항구 운영권을 미국에 매각하려던 홍콩 기업의 거래에 중국 당국이 개입해 제동을 걸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반(反)독점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음 달 2일로 예상됐던 최종 계약 체결이 보류됐다”고 전했다. 홍콩 CK허치슨홀딩스는 파나마운하의 두 항구를 운영하는 파나마포트컴퍼니(PPC) 지분 90% 등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측에 매각하기로 합의하고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파나마운하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양상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왜 항구 운영권을 팔고자 했나.
CK허치슨홀딩스가 정치적 위험을 줄이고 이익도 취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홍콩 부호 리카싱이 설립한 청쿵그룹의 지주회사인 CK허치슨홀딩스는 항만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 고민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블랙록이 CK허치슨홀딩스의 항만 부문을 기존 평가 금액의 두 배 수준인 228억달러(약 33조5300억원)에 사들이겠다고 나섰다.
CK허치슨홀딩스 측은 “이번 거래는 순전히 상업적인 것으로, 파나마운하를 둘러싼 정치 뉴스와 무관하다”고 했다. 다만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CK허치슨홀딩스를 겨냥해 ‘운하가 사실상 중국 영향권에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점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Q2. 중국은 왜 반독점 조사에 나섰나.
파나마운하 항구를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쓰고자 했던 중국 지도부가 CK허치슨홀딩스에 ‘반역죄’를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독점법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해외 거래라도 자국 시장에 영향이 있다면 제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중국 화물이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항구 운영권이 미국에 넘어가면 중국 수출입 기업들이 치러야 할 비용이 커진다고 주장할 수 있다. 파나마운하는 중국 화물 운송량의 21%가 통과하는 곳이다.
Q3. 운하 둘러싼 미·중 갈등의 전망은.
중국의 요구가 일부 반영되는 형태로 거래가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이 반독점법 조사로 거래를 늦추고, 항구 매각이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건부 거래 승인’을 내리는 시나리오다. 거래 무효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경우 미국도 강하게 대응하며 미·중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체면치레를 위해서라도 당분간 CK허치슨홀딩스에 대한 보복을 이어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K허치슨홀딩스가 중국에 거래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시진핑 주석이 분노했다”고 전했다. 파나마운하를 둘러싼 경쟁에서 미국에 완패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중국 지도부가 ‘스토리 수정’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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