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법원은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본안 소송이 남아있긴 하지만 뉴진스에 대한 어도어의 전속계약 효력을 확인한 판결이었기 때문에 뉴진스의 독자 활동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뉴진스는 어도어로 복귀가 아닌 민희진 전 대표를 택했다. 가처분 결정이 난 이후 뉴진스는 지난 23일 홍콩에서 진행된 공연에서 새로운 활동명 NJZ로서 무대를 꾸민 직후 활동 잠정 중단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선언했다. 멤버들은 작성한 손편지를 읽었고 서로 부둥켜안았다. 팬들에게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는 결심도 밝혔다.
어도어에게 뉴진스 소속사의 지위가 있다고 확인한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온 만큼 뉴진스 멤버들이 더 이상 독자 활동을 강행할 순 없었다.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어도어와의 본안 소송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배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뉴진스 멤버들이 새로운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의 홍콩 공연 준비에 맞춰 급히 스태프를 현지에 파견해 멤버들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공연 현장에서 양측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장 LED에 뉴진스 멤버들이 독자 활동을 위해서 만든 활동명 NJZ가 표출되고, 자체 굿즈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합의점은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계속 멀어지고 있다.
이런 경우 뉴진스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법조계에서는 뉴진스 멤버들이 가처분 결정에 항고하고 본안 소송에 돌입하는 것보다, 어도어와 이제라도 합의하고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게 가장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진스 사태에 대해서 법조인으로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왔던 고상록 변호사는 지난 22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뉴진스의 독자 활동 고수가 오히려 향후 법적인 판결에 있어서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이 인권 침해라는 헛소리는 우리나라 국회에서 한 번 하고 말았어야 했다. 다름 아닌 자신들의 변호사가 법원에 유리하다고 제출한 증거에서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마당에, 겨우 영어로 하는 외신과의 인터뷰라고 그걸 부여잡고 여전사 노릇을 한다고 해서 이 사안의 본질이 덮이지 않는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변호사 A 씨 역시 '뉴진스와 어도어의 미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뉴진스 소송은 본안도 패소할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문제는 항소, 상고까지 하면 확정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가 예상되는데 그즈음이면 아이돌의 수명과 현재의 여론, 음악시장과 트렌드의 변화 속도 등을 생각해 볼 때 도대체 이 분쟁이 뉴진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뉴진스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도 뉴진스가 지금이라도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제작 경험이 있는 한 제작자는 이 같은 갈등이 길어질 경우 뉴진스가 가진 이미지에 큰 오점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대형 엔터테인먼트들이 연이어 신인 걸그룹들을 데뷔시키는 K팝 시장에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멤버들이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인지도와 화제성 면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결국 시장 내 지위에서 그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뉴진스의 본격적인 법적 대응과 활동 중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뉴진스 팬덤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지는 모양새다. 뉴진스의 팬덤 팀 버니즈는 26일 팬들이 직접 법률 대리인을 선임, 멤버들에 대한 악성 댓글에 대한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추가로 진행될 법적 대응에 대해서도 팬들이 합심해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안 소송에 대해서도 멤버들의 부모님과 팀 버니즈가 가처분을 담당했던 법무법인과 접촉했고, 그 이후로 며칠간 대형 로펌 4곳, 전관 변호사 3명, 검사 출신 17년 차 현직 변호사, 판사 출신 변호사 등을 만나 오랜 시간 상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버니즈는 "분명 힘든 상황이나 이미 충분한 논의를 마쳤으며, 앞으로의 향후 계획 역시 준비가 된 상황임을 알려드린다."며 어도어로의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이돌 그룹은 대중의 여론보다는 팬덤의 분위기에 훨씬 더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팀 버니즈만 굳건하다면 뉴진스의 향후 활동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형 기획사에서 제작한 걸그룹이 팬덤과 직접 소통하면서 유대감을 키운다는 점에서 그간 K팝 시장에서 유례없던 케이스를 만드는 만큼 누구도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