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새 20여명 사망…산불 ‘참사’

이종섭·백경열·김정훈·주영재 기자 2025. 3. 2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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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지역 인명 피해 급증
눈앞의 ‘역사’도 잃었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이어진 26일 화마에 처참히 무너진 천년고찰 고운사의 잿더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라 신문왕 1년(681)에 의상대사가 의성군 등운산 자락에 창건한 고운사는 전날 보물인 연수전과 가운루를 비롯해 연지암, 정묵당, 아거각, 약사전, 고운대암, 극락전 등이 소실됐다. 의성 | 성동훈 기자
건조한 날씨·강풍에 진화 더뎌
영덕·영양 등서 고령자들 숨져
산불 희생자, 역대 3번째 규모
산청·하동 산불은 지리산 번져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인접 지역으로 번지며 이틀 새 20여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당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연일 계속되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에 진화 작업이 산불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산림당국이 산불 피해 면적을 추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불길이 잡혀가던 경남 산청·하동 산불도 재차 확산해 지리산 방향으로 번지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26일 오후 4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찰, 산림당국 등의 집계를 보면 경북 북동부권으로 확산된 산불로 지난 25일부터 이틀 새 경북 4개 시군에서 모두 19명이 사망했다. 지역별 사망자는 안동 3명·청송 3명·영양 6명·영덕 7명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60~80대 고령자들이다. 15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중대본 집계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안동에서도 50대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산불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날 낮 12시54분쯤에는 의성군 신평면 야산에서 진화 작업에 투입된 지자체 임차 헬기 1대가 추락해 70대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지난 22일 산청 산불 진화 과정에서 숨진 진화대원 등 4명을 포함하면 이번 전국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4명이다. 사망자 수로만 보면 1989년(26명), 1995년(25명)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의성 산불 영향구역은 25일 오후 6시 기준 1만5158㏊로 추산됐다.

전날 밤 강풍이 불면서 산림당국이 한때 진화인력을 철수시켰다. 의성 산불의 진화율은 오후 6시 기준 68%다. 건조한 날씨와 변화무쌍한 강풍은 이번 산불의 확산을 부채질했다. 정성철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연구관은 “25일 의성 일대에는 최대 초속 24m의 바람이 불었고, 바람 방향도 서풍과 남풍을 오갔다”며 “바람 방향이 바뀌면 진화 자원을 집중 배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실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인접 도시로 번졌다. 전날 오후만 해도 의성과 안동 경계지역인 길안면에 있던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동진해 순식간에 청송, 영양을 지나 동해안의 영덕까지 갔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은 오후 6시 기준 77%로 오전(75%)보다 소폭 올랐다. 산청·하동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턱밑까지 번진 상황이라 향후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울산 울주군 산불은 한때 98%까지 진화율이 올랐다가 양산시로 불이 번지면서 68%까지 떨어졌다. 이날 저녁 대구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 함박산에서 새로운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주왕산국립공원, 의성 고운사 등 여러 문화재와 유적·명승지가 산불 피해를 입었다. 경북에서는 이날 174개 학교가 휴교했다.

이종섭·백경열·김정훈·주영재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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