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힘들 때는 걸었다, 그래서 멀쩡했다
월간<산> 윤성중 기자는 오는 4월 4일부터 4월 6일까지 전라북도 장수에서 열리는 장수트레일레이스 70km 부문에 출전합니다.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2주 전부터 '벼락치기' 몸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거의 매일 10km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를 한 달 남기고 하는 훈련 '매일 10km 달리기'는 꾸준히 산에 다녔거나 평상시 달리기를 하는 등 기초 체력 없이는 하기 힘든 훈련입니다. 초보자는 따라 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지난주는 이틀 달리기를 못했다. 월간<산> 4월호 마감날 하루, 가족 행사가 있었던 날 하루, 이렇게 '펑크'가 났다. 안타깝거나 아쉽거나 조급하진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뭐 쉬는 날이라고 생각해야지! '룰루루~' 기분 좋게 넘겼다. 훈련 패턴도 바꿨다. 일반 도로에서 달리다가 무대를 산으로 옮겼다. 집에서 가까운 불암산, 수락산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시멘트 도로에서 달릴 때와 달리 산에서는 무릎 통증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달린 누적 거리는 140여 km, 순탄했다.
그 와중에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문장'이 있었다. 그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명한 달리기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작가는 자신의 묘비명에 들어갈 문구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다음과 같이 써넣고 싶다고 했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달리기에 관해 잘 몰랐을 때 나는 저 문장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저 인내력을 배워야겠다고 여러 차례 되새겼다. 하지만 훈련하면서 곰곰이 되새겨보니 마라톤을 할 때나 트레일러닝을 할 때 저 문구는 굉장히 위험하고 어렵고, 달성하기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한 문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 같은 초보자에게 특히! 나는 힘들 때마다 저 문구를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적어도 끝까지 걷지 않는다잖아! 질 수 없지'라면서 말이다. 당연히 이건 나에게 매우 힘든 일이었다.
따져보니 나는 작가의 달리기 실력을 낮게 평가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보다 달리기를 오랫동안 했고(당시 작가의 평균 조깅 페이스는 5분 30초라고 알고 있다), 그로 인해 걷지 않고,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의 다리 근력은 나보다 튼실하고 허벅지도 굵은 게 분명하다. 그와는 정반대 상황인 내가 그를 따라 하는 건 무리라고 느낀 때가 있다. 5분 페이스로 10km를 달리려고 했을 때, 산에서 오르막을 마주치고나서다. (나는 작가에게 항의하고 싶었다. 그 문구 뒤에 자신의 상황을 적어야 했다. '저는 오랫동안 달리기를 한 사람으로서 이만한 근력이 있습니다'라거나 최근 훈련 내용을 보여주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초보자는 이 말을 따라 하지 마세요! 라고 당부했어야 한다고) 나는 그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달리다가 힘들면 거리낌 없이 멈춰서 걸었다. 내 묘비명엔 이렇게 적을 것이라 상상하면서. '적어도 힘들 때는 걸었다. 그래도 멀쩡했다.' 이런 식의 묘비명이 앞으로 등장할 초보자들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나는 내 묘비명 문구를 생각하면서 천천히 달렸다. 일반 도로에선 7분~8분 페이스 속도를 유지했고, 산에서 평지를 달릴 땐 9분~10분 페이스, 오르막을 오를 땐 12분~13분 페이스 속도를 냈다. 그러다가 심박수가 180을 넘을 땐 멈춰서 쉬거나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불암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원점회귀 11km 코스를 2시간 30분 만에 완주했다. 개운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 묘미명 문구를 떠올렸다. 수락산에서도 비슷한 시간을 기록했다. 나는 실망하지 않고 내 묘비명 문구를 떠올렸다. 정유진 기자(정 기자 또한 장수트레일레이스 20km 부문에 참가)와 주말에 '아이고 내 팔자야' 코스(내가 붙인 코스 이름. 불암산과 수락산 도솔봉을 잇는 길로 완주하면 트랙 모양이 '8' 자가 된다) 24km 종주에 도전했는데, 14km 지점에서 포기하고 내려왔다. 절망하지 않았다. 묘비명 문구가 나를 위로했다.
그러다가 이틀 전 놀라운 일을 겪었다. 몸이 피곤한 상태였다. 오늘 운동은 쉬느냐 마느냐 고민했다.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몸은 옷장으로 걸어가 운동복을 찾았다. 산에 가느냐 마느냐 고심하면서 나는 운동복을 주섬주섬 입었다. 정말 괜찮을까? 허벅지 괜찮아? 발목 괜찮아? 발바닥 괜찮아? 점검하면서 어느새 집 앞 출발점에 섰다. 자동으로 손가락이 팔을 들어 시계를 켰다. 이윽고 몸이 시키는 대로 달렸다. 얕은 오르막을 통과해 산길로 들어갔다. 다리가 계속 움직였다. 숨이 덜 찼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8분 페이스였다. 1km, 2km를 지나 4km 지점을 통과했다. 좀 쉴까? 생각했는데, 몸은 앞으로 나아갔다. 5km 지점에서 에너지젤을 먹고 오르막을 올랐다. 아주 빠르게(내 기준으로 빨랐다. 시계는 13분 페이스를 가리켰다). 불암산 정상을 찍고 내려와 결승점으로 돌아왔다. 11km, 1시간 52분 걸렸다. 며칠 전 같은 코스를 달려 얻은 2시간 30분 기록에서 무려 38분 단축했다. 나는 놀랐다. 이 사실을 나의 오랜 달리기 친구, 한국 트레일러닝 여성 톱랭커 장보영 선수와 지금은 은퇴한 전 육상선수 하예은에게 알렸다. 하예은은 "오, 빠른데요!"라고 했고, 장보영 선수는 "일희일비하지 마"라고 말했다. 하예은이 내 기분을 업시키는 동시에 장보영이 나를 진정시켰다. 좋은 친구들이었다. 들었다 놨다 하는 중간지점에서 나는 가까스로 평정을 유지했다.
이날 기록을 줄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나는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그동안 아주 천천히 꾸준히 달렸다는 것. 둘째, 이틀간의 휴식과 굶지 않았다는 것, 셋째, 트레킹폴을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점, 넷째, 5km 간격으로 에너지젤을 섭취했다는 점이다. 그 중 트레킹폴 사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전까지 긴 막대기를 들고 산에서 빠르게 가는 건 매우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팔에 부담이 가 에너지가 빼앗길 것이라고 여겼다. 어찌 될지 모르니 사용해보자는 마음으로 챙긴 것이었는데, 오르막에서 큰 도움이 됐다. 산길을 오를 때 양쪽 폴을 동시에 몸 앞쪽, 두 걸음쯤 위에 짚으면서 체중을 실었다. 실었다는 표현보다 냅다 기댔다 혹은 마구 의지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내리막에서도 다리가 지면에 닿기 전 폴을 짚으면서 무릎에 실리는 체중을 분산했다. 효과적이었다. 무릎 통증은 없었다. 트레킹폴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절대 방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자 경호원 노릇을 했다(코스 마지막에 목줄 풀린 커다란 개를 만났는데, 허공에 폴을 휘두르자 개는 꼬리를 내리고 도망갔다).
체력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걸 알고 이전에 만난 한 트레일러너의 '산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 장거리 경기에 나간다'는 말이 무엇인지 곱씹었다. 나는 그것이 체력과 관련된 것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오랜 훈련을 거친 끝에 마침내 자신만의 전장에 섰을 때, 그 속에서 마음껏 무기를 휘두르며 전진할 때의 쾌감일 수도 있겠다. 그 무한대 같은 자유로움을 오래 만끽하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이것을 나의 일상에 대입해도 되는 걸까? 그러니까 인생 살아가는 기술을 연마하고 또 연마하면 결국 삶이 자유롭고 즐겁다고 느낄까? 더 달려봐야겠다고 의지를 굳혔다.
정유진 기자도 20km 출전, 그녀가 신은 신발은 어떨까?
스카르파 리벨레 런 LT 리뷰
정유진 기자는 트레일러닝 초보자다. 산에서 달린 적이 거의 없다. 그녀는 이번 장수트레일레이스 20km 부문에 첫 출전한다. 따라서 그녀는 스카르파의 '리벨레 런 LT'를 신고 나와 함께 꾸준히 훈련했다. 특이하게 그녀는 이 신발을 달리기할 때, 산에 갈 때, 출근할 때 등등 계속 신었다. 이 신발을 벗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Q 이 신발 거의 매일 신었잖아요, 마음에 들었나 보죠? 주위 사람들 반응은 어땠죠?
A 신었을 때 '착' 감기는 느낌이 좋았어요. 그래서 평소에도 계속 신고 다녔어요. (뛰지 않는 날도) 확실히 그냥 러닝화에 비해 단단한 느낌인데, 그게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단단함이 걸음을 정확하게 잡아주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일반 러닝화를 신은 날이 있었는데, 차이가 확 느껴질 만큼 러닝화가 폭신폭신했어요. 친구들은 이 신발이 트레일러닝화인 줄 잘 모르더라고요. 언니는 발 모양이 예뻐 보인다고 갖고 싶어 했어요. 엄마는 신어보시더니 본인 발엔 안 맞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Q 이 신발을 신고 로드(일반 시멘트 포장도로)에서 달릴 때와 비포장 도로에서 달릴 때 차이점이 느껴졌을까요?
A 시멘트 포장 도로에서 뛸 때보다 흙길에서 뛸 때가 더 편하고 좋았어요. 시멘트 도로에서 뛸 때는 살짝 '쾅, 쾅' 울리는 것 같았어요. 반대로 흙바닥에서 뛸 때 바닥에서 흙이 밟히는 느낌이 좋았어요. 하지만 두 구간에서 큰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Q 산에서 신고 다닐 때는 어땠죠? 접지력이 좋았나요? 편안했나요?
A 이전에 산에서 러닝화를 신고 뛰어본 적 있어요. 어프로치화(경등산화)를 신고도 뛰어봤죠. 러닝화는 좀 불안정한 느낌이었어요. 어프로치화는 너무 딱딱해서 발이 아주 아팠어요. 이 신발은 확실히 안정적이에요. 발도 안 아팠고요. 주말 14km 종주 때 단 한 번도 미끄러지거나 미끄러질 뻔하지 않았어요. 좋았어요.
Q 이외 이 신발의 장단점은 뭐죠?
A 착화감이 좋아요. 신발을 신는 순간 발 전체를 감싸는 보호대를 착용한 것 같았어요. 특히 발 옆 부분이 저에게 잘 맞았어요. 발볼이 넓지 않은 편이라 그럴 수도 있어요. 엄마가 이 신발을 신어봤는데, 엄마는 발볼이 넓어서 그런지 좀 불편하다고 했어요. 가볍기도 해요. 무게가 295g이에요. 어프로치화는 이것보다 100g 더 무거웠어요. 바닥이 딱딱한 편이라 충격 흡수가 덜 되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이건 안정성 면에서 확실히 좋으니 굳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흰 신발이 누렇게 때가 타는 과정을 볼 땐 처음엔 속상했어요. 지금 보니 훈련 과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것 같아 멋진 것 같아요.
트레일러닝, 팀스카르파 선수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장동국 선수는 2020년 6월부터 트레일러닝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거침 없이 달렸다. 2022년 '코리아50K' 50km 부문 우승, 2023년 '서울100K'에서 1위로 골인했고, 작년 장수트레일레이스 70km 부문에선 2위에 올랐다. 짧은 시간 안에 트레일러닝 고수 자리에 등극한 그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Q 장거리 대회 때 심박수는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할까요?
A 저는 평균 130bpm 혹은 그 이하 정도로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평지에서 달릴 땐 120~130bpm 정도 나오고요, 업힐할 때는 160~165bpm 정도 나와요. 오르막을 오르다가 최대 심박수에 도달하면 멈춰서 잠깐 쉬거나 속도를 줄여 걷습니다. 그러다가 회복이 되면 또 속도를 올리는 식으로 경기 운영을 합니다. 심박수를 개선하려면 버티컬(경사도가 큰 오르막에서 달리기) 훈련을 하는 것이 좋아요. 짧은 거리를 빠르게 뛰어오르는 거죠. 로드에서는 인터벌 훈련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요.
Q 장거리 트레일러닝 경기 때 트레킹폴을 쓰는 게 좋을까요? 안 쓰는 게 좋을까요?
A 저는 장거리 트레일러닝 경기에 나갈 때 트레킹폴을 꼭 챙깁니다. 100km 대회 땐 무조건 씁니다. 접어서 허리 벨트에 메고 있다고 오르막을 오를 때 주로 사용하죠. 전 구간에서 트레킹폴을 쓰진 않아요. 트레일러너들 사이에선 트레킹폴을 '사기템'이라고 불러요. 그 정도로 큰 효과를 발휘하죠. 트레킹폴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하진 않아요. 오히려 쓰는 게 더 좋을 정도로 장점이 많습니다. 많은 선수가 대회 때 트레킹폴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트레킹폴 사용에 익숙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일 겁니다. 트레킹폴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팔 근력도 좀 필요하거든요.
Q 장동국 선수의 경우 대회 때 뛰는 비율과 걷는 비율이 몇 대 몇 정도일까요? 각각의 페이스도 알려줄 수 있을까요?
A 70~100km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대부분 걷지 않아요. 유일하게 걸을 때가 있는데, 아주 가파른 언덕을 통과할 때예요. 이때의 평균 페이스는 7분~10분 페이스 정도 되고요. 임도에서 달릴 땐 5분 페이스 정도로 달립니다. 내리막길 상태가 좋을 땐 3분 페이스까지 속도를 올립니다.
Q 대회까지 약 2주 남았습니다. 지금 스피드 훈련을 하는 게 좋을까요?
A 보통 잘 달리는 선수들은 대회 2주일 전부터 '테이퍼링(평소보다 훈련량을 줄이면서 컨디션 관리를 하는 것)'에 들어가요. 운동량을 50~70% 정도로 점차 줄이죠. 하지만 대회 완주가 목적이라면 스피드나 고도에 맞춘 훈련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체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대로 대회 참가하기 3일 전 혹은 2일 전까지 꾸준히 달리세요. 그렇게 하면 완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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