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네이버 이해진 “AI 패권, 우리만의 기술로 뾰족하고 확실한 승리하겠다”
“늘 정면 승부할 수는 없지만 우리만의 기술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습니다.”
7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26일 경기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네이버만의 뾰족하고 확실한 AI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검색 공룡’ 구글을 제치고 한국만의 포털 생태계를 구축하고,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일본 동남아 등에서 성공 신화를 쓴 이 창업자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그런 그가 AI 경쟁이 격화하는 승부처에 전격 등판했다. 이례적으로 취재진 앞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창업자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것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 창업자는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이듬해 3월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으며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서 해외 시장 진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들과의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고, 딥시크 등 중국 기업이 급부상하며 위기의식이 커지자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빅테크에 맞서 견딘 25년…전세계가 1~2개 AI만 쓰는 것은 슬픈 일”
AI 경쟁 격화에 대해 이 창업자는 “네이버는 구글 등 빅테크에 맞서 25년 동안 견뎌오고 살아왔던 회사”라면서 “많이 걱정하고 계시겠지만 모바일 시대에서도 성과를 보였듯이 네이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테크와의 협업 계획에 대해선 “빅테크와 협업할 것은 협업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전 세계가 1~2개의 검색 엔진만 사용하고, 1~2개의 AI만 쓰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했다. 이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한국에서 KT 등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빅테크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이 창업자는 “인터넷 다양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전세계가 오픈AI나 구글 등 빅테크의 AI 서비스만 쓸게 아니라, 각국 고유의 문화, 환경, 맥락에 맞는 다양한 AI 서비스가 나와 경쟁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창업자는 “한국에는 네이버도 있고 구글도 있는, 선택의 폭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AI로 인해) 검색의 시대는 저무는 게 아니라 사실 더 확장되고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터넷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사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해진 성공 경험·연륜에 ‘81년생’ 최수연 젊은 리더십으로 AI 승부수
이 창업자가 이사회 복귀함에 따라 네이버의 AI 관련 대규모 투자 결정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선 기민한 투자가 필수적인데, 보수적인 이사회를 창업자가 직접 설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 창업자는 그간 맡아온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AI 투자 등으로 경영진을 적극 지원한다는 뜻도분명히 했다.
이 창업자는 “지금까지는 회사 안에서 항상 저의 역할이 있었지만, 이제 GIO 직을 내려놓고 이사회에 충실할 생각”이라며 “제 역할은 젊은 경영진들과 기술자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이날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한 ‘81년생’ 최수연 대표 2기 체제로 AI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낸다. 최근 신규임원이 된 6명 가운데 5명이 80년대생으로 네이버는 ‘젊은 경영진’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고 있다. 네이버 내부에선 최 대표를 비롯한 80년대생 리더들에 글로벌 성공 경험과 연륜을 갖춘 이 창업자가 힘을 보태며 AI 대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창업자는 “젊은 경영진들이 굉장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있다”며 “앞으로 네이버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한편 카카오도 이날 제주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AI 에이전트 출시 계획 등을 밝혔다. 주총 소집장소를 본사 소재지인 제주에서 경기 성남 등으로 확대하는 주주친화 정책 안건 등도 의결했다. 다만 포털 ‘다음’ 분사에 반발하는 노조의 시위가 주총장 앞에서 이뤄졌다. 노조는 다음달 파업을 위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취재진에 “(다음 분사 이후) 현재 매각 계획은 아예 없다”고 밝혔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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