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보수 전쟁’ 적절했나...금감원, 운용사에 ‘수수료 자료’ 요구

삼성·미래·KB 등에 관련 자료 요구
보수 인하 경쟁 적절했는지 검토 방침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금감원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운용사 간 ‘수수료 경쟁’이 건전한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운용사들에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고위험 ETF 수수료 인하까지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사진=연합뉴스)

2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에 운용 보수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국은 운용 보수 산정방식 등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미국 대표 지수 등 ETF에 대한 운용보수 경쟁이 심해지자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은 운용사들의 자정 능력을 강조하면서도, 보수를 내리는 과정이 적절했는지 실태를 따져본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 보수 인하는 가격 경쟁의 일환으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 깊이 개입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 같은 당국의 요구는 운용 보수 산정이나 다른 상품으로 손익을 전가하는 행위가 없는지 검토하는 차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경쟁이 심했던 지난달에 운용보수 관련 현황을 제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제출한 상태”라며 “운용보수 인하 관련해서 보수 산정 방식에 대해 금융당국과 꾸준히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운용사들의 보수 인하 경쟁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6일 미국 대표지수 ETF 수수료를 0.07%에서 0.0068%로 대폭 인하하자, 이튿날 삼성자산운용 역시 미국 대표 지수 ETF 총보수를 기존 0.0099%에서 0.0062%로 낮췄다.

KB자산운용도 참전했다. KB자산운용은 ‘RISE 미국 S&P500’과 ‘RISE 미국 S&P500(H)’ 2종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1%에서 연 0.0047%로 인하했다. RISE 미국 나스닥100의 총보수는 연 0.01%에서 연 0.0062%로 내렸다. 여기에 한화자산운용도 가세했다.

여기에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고위험 ETF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수료 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초 증권사 CEO와 간담회 후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가격 경쟁의 일환으로 금융당국이 깊이 관여할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ETF 운용보수를 내리는 과정에서 다른 ETF 수수료를 올리는 등 다른 ETF에 보수를 전가하는 움직임이나, 펀드 관계사의 보수를 깎는 방식으로 제 3자한테 전가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