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만큼 후끈… 현대차·기아·BYD까지 뛰어든 중고차 시장

5월 대기업 점유율 제한 해제… 불투명한 중고차 거래 관행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

5월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 점유율 제한이 해제되면서 현대차·기아의 시장 확장이 예상된다. 중국BYD와 국내 렌터카 업체들도 중고차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뉴스1

오는 5월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 점유율 제한이 해제된다. 현대차·기아의 본격적인 시장 확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BYD와 국내 렌터카 업체들도 가세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기아는 지난 1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했다. 중고차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대규모 매매단지 등 관련 시설 조성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아는 2023년 인증 중고차 신규 사업을 위해 정관에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올린 바 있다. 현대차도 같은 해 부동산 개발업과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현대차·기아는 2023년부터 인증 중고차 시범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장 점유율 제한으로 공격적인 확장이 어려웠다. 당시 정부는 2025년 4월까지 현대차 4.1%, 기아 2.9%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대기업 진출에 따른 영세 중고차 사업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업계에서는 점유율 제한이 해제되는 5월부터 현대차·기아 등 대기업들이 중고차 사업을 확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간 온라인 위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운영해왔다. 소비자가 차량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중고차 인프라 구축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렌터카 업체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도 중고차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B2C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수익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자사 중고차 장기렌터카 플랫폼 '마이카 세이브' 내 중고차 매매 사업을 추가했다. 다음 달 초에는 B2C 판매를 위한 별도 브랜드를 공개하고 판매 거점도 확대할 예정이다.

SK렌터카는 지난해 말 경기도 화성시에 'SK렌터카 인증 중고차 동탄센터'를 열고 B2C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천안에 자체 중고차 경매 단지를 조성해 렌탈·B2C·경매 등으로 중고차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도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BYD는 최근 자동차 수입·판매 법인 BYD코리아오토를 추가 설립했다. 사업 목적은 자동차·중고차 및 관련 제품 수입, 유통·판매·알선·정비 등으로 신차 판매는 BYD코리아가, 중고차 판매 및 유통은 BYD코리아오토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불투명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아의 인증중고차 용인 센터의 모습. /사진=뉴스1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이미 신차 시장을 앞지를 정도로 성장했다. 국토교통부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중고차는 253만9874대로, 같은 기간 판매된 신차(164만5998대) 대비 거래량이 1.54배 많았다.

경기 침체 여파로 중고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소비자 설문을 진행한 결과 올해 차량 구매를 계획하는 10명 중 7명이 신차보다 중고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구매를 선택하는 이유로는 '신차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 가장 많았다.

중고차 시장은 정보 비대칭성이 커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레몬마켓'이다. 허위 매물, 침수차 유통 등 불투명한 거래 관행이 누적되면서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화를 반기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기업형 중고차 사업자가 증가하면 품질 관리와 사후 서비스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품질 측면에서는 대기업들의 진출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서비스 향상에 대한 부분은 비용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중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고품질 중고차를 비싸게 구입할 것인지 기존처럼 저렴한 중고차를 선택할지는 소비자 판단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이재 기자 yjkim06@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