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에 잠식된 한국… 통합·연대로 ‘피크 코리아’ 극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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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보수와 진보, 빈곤층과 중상층, 근로자와 고용주, 수도권과 지방, 노인층과 젊은 층 등 여덟 가지 사회갈등 항목 모두 "심각하다"는 답변이 조사 대상 국민의 절반을 넘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기구가 공전을 거듭하고, 연금 노동 의료 등 대타협이 필요한 개혁 이슈마다 진통을 반복하는 배경에 이런 갈등과 분열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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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보수와 진보, 빈곤층과 중상층, 근로자와 고용주, 수도권과 지방, 노인층과 젊은 층 등 여덟 가지 사회갈등 항목 모두 “심각하다”는 답변이 조사 대상 국민의 절반을 넘었다. 전년까지 40%대였던 남자와 여자, 종교 간 갈등마저 심각성 인식률이 급증해 50%를 웃돌았다. 정치, 소득, 지역, 세대, 성별 등 경계선이 그어질 만한 모든 영역에 갈등의 골이 깊게 파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기구가 공전을 거듭하고, 연금 노동 의료 등 대타협이 필요한 개혁 이슈마다 진통을 반복하는 배경에 이런 갈등과 분열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여긴 보수-진보 갈등의 인식률 77.5%는 지난해 8~9월 조사한 수치였다. 지금 다시 조사한다면 이제껏 이 지표에서 본 적 없는 높은 수치를 목격하게 될 듯하다.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이후 진영 대결은 더 격렬해졌고, 여론은 더 첨예하게 갈라졌다. 둘로 쪼개진 광장에선 상대를 악마화하는 혐오의 언어가 일상이 됐다. 갈등의 최후 조정 역할을 수행 중인 헌법재판소를 향해 두 진영은 압박을 넘어 협박을 일삼고 있다. 재판관 개개인을 겨눈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그들의 판결을 양측이 과연 승복할지 걱정해야 할 만큼 지독한 갈등에 우리는 함께 일궈온 사회를 잠식당했다.
이렇게 갈라져 싸우는 사회, 분열과 대립에 국력을 소모하는 나라에선 국민의 삶이 결코 나아질 수 없다. 세계의 무수한 사례가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총리를 둘러싸고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겪다 하마스의 공격을 받아 국민을 전쟁에 내몬 반면, 아일랜드가 작년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를 넘어선 배경에는 오랜 정쟁을 멈춘 여야 대타협과 노사정 사회연대협약이 있었다.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 독일 ‘어젠다 2010’ 등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한 나라의 선례에는 갈등 조정과 국론 통합에 성공한 사회적 합의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한국은 지금 ‘피크 코리아’ 위기에 직면했다. 선진국에 올라선 지 몇 년 되지 않아 내리막길에 들어설까 걱정하고 있다. 잘하던 분야는 죄다 추월당했고, 첨단 분야는 멀찍이 뒤처졌다. 몇몇 기업의 힘만으론 다시 추격하고 앞서갈 수 없다. 같은 상황에 처했던 많은 나라가 그랬듯이 국민 통합과 사회적 연대를 통해 재도약의 길을 열어야 한다. 통계청의 지표는 이것이 매우 절박한 과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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