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따라 美도 못가…지역 부품업계 관세·물류비 떠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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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약 31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산 자동차부품업계와 상공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미국 관세 전쟁 등 각종 악재에 지역 자동차부품업계가 휘청이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현실화하면 관세를 포함한 각종 비용 상승에 직면하고 장기적으로는 일감마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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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차 생산기지 다수 이전 예고
- 규모 큰 1·2차 협력사 동행 고민
- 대다수인 3·4차 영세업체는 비상
- 납품단가 인하 하청 압박 가능성
- 장기적으론 일감 끊길 우려까지
현대차그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약 31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산 자동차부품업계와 상공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미국 관세 전쟁 등 각종 악재에 지역 자동차부품업계가 휘청이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현실화하면 관세를 포함한 각종 비용 상승에 직면하고 장기적으로는 일감마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부산에는 매출액 25억 원이 넘는 자동차부품업체만 190여 곳에 이른다. 이보다 작은 규모 업체까지 합하면 500곳이 넘는다. 대부분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다.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성우하이텍은 자동차 차체와 배터리 케이스 등을 생산하며 대부분을 현대차에 납품한다. 제품 무게와 부피가 커 물류비가 많이 나가는 대표적인 부품에 해당해 현대차를 따라 현지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우하이텍 도종복 부사장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의 생산을 늘리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은 바는 없다.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모터를 공급하는 2차 협력업체인 효성전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효성전기 서상원 전무는 “완제품이 조립되는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변수가 많다.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대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규모가 큰 1·2차 협력업체는 현대차를 따라 생산기지를 옮길 수 있어 업체의 충격은 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들이 부산을 떠나면 가뜩이나 지역 제조업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주요 기업이 부산에서 이탈하는 공동화가 우려된다.
반면 지역 자동차부품업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 3차 협력업체들은 결국 부산에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중소 혹은 영세기업인 지역 3·4차 업체 대다수가 현대차·기아에 부품을 납품, 매출액의 최소 10~20%를 차지한다. 다만 이들은 기업 규모가 작아 미국 등지 공장 건립 등의 투자는 꿈도 꿀 수 없다. 대신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현대차·기아가 관세와 물류비 부담을 덜고자 국내에 남은 이들 부품업체에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에 부산상의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부상상의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기업은 부품 조달처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협력업체도 초기 투자 비용이나 승인 절차 등 각종 리스크가 커 새로운 부품을 생산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관계 때문에 현대차·기아가 이미 형성된 밸류체인을 바로 옮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부품업체들이 관세에 더해 물류비 부담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업체의 일감이 끊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린태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대표는 “단가 인하 압박에 이어 미국 등지로 진출한 1차 협력업체들이 현지나 가까운 멕시코 캐나다 등지에서 2, 3차 협력업체를 찾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지금은 미국에서 부품사를 찾기 힘들다고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물론 도요타 등이 생산 기지를 많이 만들면 자연스레 부품 공급 생태계가 갖춰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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