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사회생하나 날개 꺾이나...선거법 항소심 재판 3대 관전 포인트
1심, ‘故 김문기 몰랐다’ 외 유죄 판단...향후 10년간 피선거권 박탈형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용 거짓말'은 사법부에서 면죄부를 받아낼 수 있을까.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탄핵 정국에서 명실상부한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한 이 대표의 최대 위기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향후 10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중형을 선고받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유다.
6차례 진행된 항소심 재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국정감사장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는지 등을 거론한 재판부의 태도가 주목받은 터다. 이 대표는 과거에도 가까스로 당선무효형을 면하고 기사회생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친형 강제입원 사건' 등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다. 법조계는 이 대표가 이번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형량을 대폭 줄여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에 따른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 특정하라" 지적에 공소장 변경
다섯 건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로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당면한 최대 위기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 대표가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발언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이 대표는 수 차례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실무자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두고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거나 "해외 출장 중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 (함께 찍은 사진이) 조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업자에게 유리하게 변경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변경 배경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의 압박을 받았다"고 국정감사장에서 발언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2022년 9월) 이후 2년여 만인 2024년 11월15일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 외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결과다.
관건은 이러한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인정되느냐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만 확정받아도 직을 잃는다. 5년간 선거에 나설 수도 없다. 그런데 금고 이상 형이라면 피선거권 박탈 기간이 10년으로 늘게 된다. 2심 판단은 대법원 일정과도 연결된다. 현행법상 선거법 위반 사건은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재판)이 지켜져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강조한 대로 이러한 처리 시한이 지켜진다면 대법원 결과는 6월26일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대표 측이 대거 신청한 증인들을 모두 물리치며 3월26일 선고기일을 지정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 시작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2심 재판부가 검찰 공소사실을 문제 삼으면서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 이예슬·정재오 고법판사)는 지난 2월12일 3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에 명시된 이 대표의 발언 중 허위 부분을 특정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 대표가 출연한 2021년 12월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12월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12월27일 KBS 《한밤의 시사토크 더 라이브》, 12월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 등이 대상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근거로 이러한 방송 부분을 제시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방송 중 허위 발언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결국 ①시장 재직 시 김 전 처장을 몰랐고 ②김 전 처장과 시장 시절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 골프를 치지 않았으며 ③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 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뒤에야 김 전 처장을 알게 됐다는, 기존에 명시한 세 부분이 네 건의 방송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특정해야만 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19일 4차 공판에서 이러한 취지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대표 측은 이와 관련해 "이 대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할 때 (검찰이) 논리적으로 비약한 것"이라며 "그런 식이라면 어떠한 공직 후보자들도 모두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전 처장과 관련한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의문을 갖는 것 아니겠느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국회 증언감정법상 처벌 가능한가?" 재차 물은 판사
국정감사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대표 측은 1심부터 줄곧 "국회증언감정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의 약칭)에 따라 이 대표는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지난 2021년 10월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서 한 발언을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증언감정법 제9조(증인의 보호)는 국회에서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사람의 경우 이 법에서 정한 처벌 외에 그 증언·감정·진술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이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거짓말을 했더라도 국회증언감정법상 처벌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별개의 법률인 선거법에 따라 형사처벌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에 힘을 싣는 듯한 재판부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2월5일 2차 공판 당시, 좌배석 판사가 '불이익한 처분'을 두고 수 차례에 걸쳐 이 대표 측에 재확인한 게 그 단적인 예다. 그는 "법원에서 하는 재판도 처분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냐"며 처분의 의미를 형사재판 등까지도 볼 수 있는지를 되물었다. 그러면서 "우리도 (그 근거를) 계속 찾아보고 있다"면서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게 공소제기, 형사재판을 포함해 이해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특히 있는지"라고 설명했다. 좌배석 판사는 국회증언감정법상 조문을 두고 입법 취지를 알아보기 위해 발의 의원 등을 찾아보고 있다고도 했다. "해당 입법 취지는 증인(이 대표)이 자유롭게 증언할 수 있도록 보호한다는 것"이라는 게 이 대표 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도 이를 파고들었다. 지난 2월26일 오후 6차 공판에서 이 대표를 향해 국토부의 요구가 법률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따랐는지 등을 재차 물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국토부 공문이 몇 번 왔는데, 국토균형발전법 등에 따라 국가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시사항이기 때문에 하라고 했다"며 "지방자치법에 따라 국가가 하는 사업에 협력해서 제대로 협조할 의무가 있다는 조항도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선거법상 당선 목적으로 하는 허위사실 공표의 위헌성을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서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거론하면서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가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있다며 이는 전부 유죄라고 주장,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를 요청한 상황이다. 1심과 같은 구형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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