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산불 빈발하는데, 진화대원은 노인일자리라니
민간 산불예방진화대원 대부분이 환갑을 넘은 고령자들이다. 전국 지자체가 올해 산불 예방과 초기 진화를 위해 고용한 8199명의 평균 연령이 61세로 파악됐다. 진화대원은 불이 나면 15㎏의 등짐펌프를 지고 높은 곳까지 올라가 불을 꺼야 하는데, 젊은 사람도 힘든 일을 고령자들이 맡은 것이다. 지난 22일 경남 산청군에서 목숨을 잃은 진화대원 3명은 60대였고, 24일 전북 진안군 산불 현장에서 다친 진화대원 2명은 70대였다. 지난 1월엔 전남 장성에서 진화대 체력 시험을 보던 70대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진화대는 지자체가 연중 6~7개월 운용한다. 하루 8시간 근무에 1만원가량의 최저시급을 받는다. 농촌과 산간 지역에 젊은 인력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55세 나이 제한은 유명무실해졌다. ‘공공일자리’ 개념으로 접근해 취약계층에 우선권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진화대는 위급한 상황에서 직접 불을 끄고, 동시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체력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공공근로나 노인일자리 관점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 진화대원들이 적절한 보호장구와 산소통 같은 안전장치 없이 동원되는 것도 문제다. 이번에 산청에서 희생된 진화대원들도 열악한 방화복에 등짐펌프와 갈퀴 등을 들고 급하게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봄철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전국에서 대형 산불이 빈발하고 있다. 겨울철 강수량이 적어 땅과 초목이 메마른 상태에서 갑자기 기온이 오르면 산불 발생 환경이 조성된다. 여기에 한반도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의 차이로 이번처럼 강한 돌풍까지 불면 최악이다. 일단 불이 나면 불똥이 상승기류를 타고 올랐다가 강풍을 만나 순식간에 수백~수천m를 이동한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강원도나 영남은 산세가 험악하고 다른 지역보다 소나무 숲이 2배 이상 많다. 소나무 송진은 기름 성분이 많아서 불이 잘 붙고 지속 시간도 길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산불 끌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지금이라도 방재 매뉴얼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산불이기에 감시 인원·초소를 늘리고, 드론·열화상 카메라 등 첨단 장비도 갖춰야 한다. 임도나 능선 등엔 불에 강한 나무를 심어 ‘불막이 숲’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 2019년 강원도 고성에서 산불이 났을 때 활엽수가 많았던 민가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동해안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소나무 숲은 즉시 조치가 필요하다. 산불은 사유림·국유림·공유림을 가리지 않는다. 산불 대응은 소유자 구분 없이 산림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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