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세대의 비겁한 연금개혁 [2030의 정치학]

2025. 3.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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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과거 보험료를 적게 낸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청년층보다 빠르게 해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세대 갈라치기"라거나 "정략적 주장"이라고 비난하며 논의를 막는다.

연금 수령이 임박한 세대의 지지를 받는 더불어민주당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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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천하람(가운데) 개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을 비롯한 여야의 2030세대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정의롭지 못했다. 윗세대는 고스란히 배제한 채 시작된 이유에서다. 제도가 도입된 1988년, 국민연금은 소득의 3%만 보험료로 내면 무려 70%를 돌려받게 설계됐다. 당시 고령층은 가입하지 못하거나, 했더라도 기간이 짧아 연금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식민 지배와 전쟁, 산업화 와중에도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쭉정이만 남은 노인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이 시행되기 전까진 변변한 노후 보장제도도 없었다. 2010년 노인 자살자 수는 10만 명당 80.3명에 달했다. 주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나라 지키고 경제 일으킨 부모 세대 가난은 외면했던 그들이, 이제는 사회가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효 자식이 자기 자식에겐 효도를 강요하는 꼴이다.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이라는 눈속임에 속지 말자. 보험료율(9%→13%)과 함께 소득대체율(40%→43%)을 올려놓은 것도 문제지만 더 참담한 건 속도다. 납부하는 보험료는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그런데 받아먹는 건 2026년부터 43%로 즉시 인상된다. 납부 기간이 얼마 안 남은 기성세대에겐 보험료 인상 부담보다 소득대체율 인상 혜택이 훨씬 더 크다. 더 내는 건 미래세대요 더 받는 건 기성세대다. 이건 '반쪽짜리 연금개혁'도 못 된다. 연금 착취다.

양대 노총과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합의안이 "국민의 노후를 빈곤으로 내몬 거대 양당의 졸속 합의"라고 성토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여서 노후 빈곤 해결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기만이다. 가난한 노인들은 애초에 국민연금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 350만 명이 넘는 비임금 노동자 청년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국민연금은 오랫동안, 많은 보험료를 납부할수록 혜택이 커진다. 진정 노후 빈곤 해소가 목적이라면 빈곤과 거리가 먼 집단의 연금은 대폭 삭감하자. 그러면 그 진정성을 인정하겠다.

개혁이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기득권을 줄여 나가는 과정이다. 정부가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자고 제안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과거 보험료를 적게 낸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청년층보다 빠르게 해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세대 갈라치기"라거나 "정략적 주장"이라고 비난하며 논의를 막는다. 앞에서 정의로운 척하며 뒤에선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들의 고혈을 짠다.

청년들은 "이러면서 애 낳으라고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연금 수령이 임박한 세대의 지지를 받는 더불어민주당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막았다"며 자축하는 정치인도 있다. 2030이 인구수가 적고 투표율도 낮으니 발끈해 봤자라는 건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청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제대로 된 연금개혁이 있을 때까지 애 낳지 말자고. 지난해 0.75명이던 합계출산율이 반토막 나면 눈치 보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다. 출산율이 0.1명으로 떨어져도 상관없다. 너무 과격한 이야기 아니냐고? 어차피 개혁 아니면 한국 사회를 기다리는 건 공멸뿐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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