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꼴찌 유력, 감독은 왜 '철저한 개혁' 언급했나

이준목 2025. 3. 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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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 시즌 막바지 갈수록 경기력 떨어져... 김효범 감독 '죄송하다'

[이준목 기자]

 지난 23일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모습
ⓒ 서울삼성썬더스
올해도 꼴찌는 변함없이 서울 삼성 썬더의 몫이 될까. 매년 프로농구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팀의 무력한 현실 앞에, 사령탑 김효범 감독도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리그 7경기를 남겨둔 현재 15승 32패(.319)로 10위에 머물고 있다. 공동 6위 안양 정관장-원주 DB(21승 27패)와는 5.5게임 차이로 올해도 6강 진출 가능성은 사실상 멀어졌다. 최근에는 2연패를 당하며 고양 소노(16승 31패)에게 9위 자리를 내주고 다시 최하위로 떨어졌다.

시즌이 막바지로 갈수록 삼성의 경기력은 오히려 더욱 떨어지고 있다. 평균 팀 득점 리그 최하위팀(73.9점)인 삼성은, 마지막 6라운드에 접어들며 2경기 연속 50점대에 그치는 굴욕을 당했다. 지난 22일에는 비슷한 하위권인 소노와의 '꼴찌 대첩 '에서 무려 25점차(59-84)로 완패를 당했고, 24일에는 3위 수원 KT에게 18점차(54-72)로 무력하게 무너졌다.

삼성은 2경기 연속 팀 야투율이 2할대 이하(소노전 24/64, KT전 19/65)를 밑도는 극악의 졸전을 펼쳤다. KT전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삼성은 소노전 대패로 양팀간 상대 전적은 3승 3패 동률로 마감했으나 득실차가 무려 33점이나 뒤지게 돼 탈꼴찌 싸움에서 더욱 불리해졌다. 만일 이대로 삼성이 올시즌도 최하위를 기록한다면, 2021-22시즌부터 무려 4년 연속으로 프로농구 역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3년 연속 꼴찌도 지난해 삼성이 최초였는데, 자신들이 세운 불명예 기록을 곧바로 또 한번 경신하는 셈이다.

한국농구 명문구단의 끝없는 내리막길

삼성은 이미 통산 7번이나 최하위를 기록하며 프로농구 역사상 최다 꼴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중 프로 원년(1997년) 8개구단 체제에서 8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올시즌 포함 나머지는 모두 2010년대 이후에 달성한 꼴찌 기록들이다.

삼성은 실업농구 시대만 해도 현대(현 부산 KCC)-기아자동차(현 울산현대모비스) 등과 더불어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명문이었다. 현재 KBL에서 실업 시절의 팀명과 역사를 프로 시대까지 유지하고 있는 팀은 오직 삼성뿐이다. 프로 출범 이후에도 2000년대 중반까지는 우승(2회)도 해봤고, 9년연속 플레이오프 진출(2003-2011)에 성공할만큼 봄농구 단골손님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삼성은 끝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것은 단 3번뿐이었고, 챔프전 진출은 2016-17시즌(준우승)이 마지막이었다. 이듬해인 2017-18시즌부터 삼성은 올시즌까지 구단 역사상 최장인 '8년 연속' 5할승률 실패와 플레이오프 탈락이 유력한 상황이다.

또한 삼성은 지난 2023-24시즌까지 KBL 정규리그 통산 632승 800패로 현재 KBL 구단(전신 시절 포함) 최저승률(.441), 최다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7-18시즌부터 올시즌까지 성적은 131승 283패로 승률이 고작 .316에 불과하며 리그 전체를 통틀어 압도적인 꼴찌다.

KBL 역사상 그동안 시대별로 여러 약팀들이 있었지만, 삼성보다 더 오랜 시간 꾸준히 못한 팀은 지금까지 없었다. 팀의 최전성기와 마지막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던 안준호 감독(현 국가대표팀 감독) 시대가 막을 내린 후, 김상준-김동광-이상민-은희석-현 김효범 감독까지 여러 지도자들이 팀을 거쳐갔지만 끝내 삼성을 재건하는 데는 실패했다.

아무리 과거보다 위상과 투자가 줄었다고 해도, 삼성이라는 거대 모기업의 브랜드 파워, 수도인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빅마켓이라는 장점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장기 부진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올시즌도 삼성은 개막을 앞두고 각종 논란을 감수하며 영입을 강행했던 국가대표 가드 이대성이 오른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시즌아웃되면서 중심축을 잃었다.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과 아시아쿼터 저스틴 구탕이 분전했지만, 이정현, 이원석, 최성모 등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 부족과 잦은 기복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은 구단 역사상 첫 개막 6연패를 비롯하여 1라운드를 2승 7패로 부진하게 스타트하며 일찌감치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그나마 2.3라운드에서 연이어 4승 5패로 선방하며 꼴찌는 탈출하는듯 했지만, 다시 4라운드 2승 7패, 5라운드 3승 6패에 그치며 단 한번도 라운드 5할 승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특이하게도 원정(9승 15패)보다 홈(6승17패)에서의 승률이 더 나쁘다는 것도 뼈아팠다.

부진 장기화 이유, 세대교체·유망주 육성 실패

이처럼 삼성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대교체와 유망주 육성 실패에 있다. 삼성은 2010년대 이후 여러 번 꼴찌를 전전하며 신인 드래프트 상위픽을 얻을 기회가 많았음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 정관장이나 KT가 비슷한 암흑기를 거치면서도 신인 선수 육성으로 리빌딩에 성공한 것과 대조된다. 차민석, 김진영, 조준희 등 삼성이 최근 몇 년간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유망주 중 대다수가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나마 2021년 1순위 신인으로 국가대표 빅맨으로까지 성장한 이원석 정도가 있지만, 과거의 김주성-오세근-하승진-이승현-김종규같은 선배들처럼 단번에 팀 전력 자체를 바꿔놓을수 있는 수준의 선수는 아니었다. 하필 당시 이원석을 지명하기 위하여 삼성이 놓친 2순위 하윤기(KT)와 3순위 이정현(소노) 등이 모두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의 선수 보는 안목은 더욱 혹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원석은 올시즌 데뷔 첫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개인성적면에서는 나름 분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팀의 1옵션인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과의 조합이 그리 좋지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삼성 부진의 또다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효범 삼성 감독도 "코번과 이원석이 같이 뛰면 득점 생산이 잘되지 않는다"면서 한계를 인정했을 정도다.

코번은 한때 한국 국가대표 귀화선수 발탁 가능성까지 거론될만큼 개인 기량 면에서는 국내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꼽히지만, 발이 느리고 활동량이 부족해 국내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잦은 턴오버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등 집중력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노출하며 올시즌 후 삼성과 결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제 삼성은 남은 시즌 동안 4년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만은 피하기 위해 탈꼴찌 싸움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부진한 경기력에도 별다른 변화를 줄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

김효범 감독은 지난 KT전 완패 이후 공식 인터뷰에서 팀의 부진에 대해 거듭 사과하며 "팬들을 위해서라도 정말 철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김 감독은 2020년부터 인스트럭터와 코치, 감독대행을 거치면서 수년간 팀의 부진과 문제점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봐 온 인물이다. 올시즌만이 아니라 벌써 10년 가까이 기나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서울 삼성으로서는, 정말로 '개혁'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 없이는 암흑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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