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 "유상증자는 최선의 선택"… 주주들 "돈 빼앗는 행위" 반발
손 대표 "차입하면 회사 부채비율 급증 문제"
기업거버넌스포럼 "공정성·예측가능성 결여"
한화 “공시 전에 유상증자 설명은 법 위반”
소통부족 지적에 "해외투자자 직접 만나겠다"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 재선임 등 의결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최근 발표한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혜량해달라"고 말했다. 주주들의 손해가 커질 거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유상증자 결정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은 “일방적인 유상증자는 주주들의 돈을 빼앗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성남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주주총회에 참석해 “차입을 통한 투자 계획을 고민해 봤지만, 이는 회사 부채비율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며 "단기간 부채 비율이 급등하면 재무구조가 악화되는데, 경쟁입찰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기에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20일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주들은 이날 주총에서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왔다는 30대 주주 김모씨는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해외 조선·선박 사업 인수를 한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자료도 요청했지만 구체적으로 회사로부터 받은 것이 없다"며 “한화에어로 같은 회사가 수조 원대 유상증자를 무조건 하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주주들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꼬집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논평을 내고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결여돼 자본시장의 원칙을 훼손한 거래”라고 비판했다. 특히 포럼은 △한화에어로 이사회가 자본구조와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본 배치 관련 토론을 했는지 △4년간 3조∼4조 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면 유상증자는 불필요한 것이 아닌지 △1조3,000억 원 규모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 승인 한 달 만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일반주주 피해를 고려했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주총 이후 기자들을 만난 한상윤 한화에어로 IR담당은 이에 대해 “한국 자본시장에선 유상증자 설이 돌면 주가가 몇 달간 급등락을 해 미리 말하기 어려웠다”라며 주주와 소통 부족 지적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유상증자 공시 이전에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절차를 갖는 건 미공개중요정보 위반 및 공시 위반에 해당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그는 "유상증자 발표 후 외국인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다음 주엔 홍콩과 싱가포르에 직접 찾아가고, 그 후엔 미국을 방문해 주주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IR담당은 차입이 아닌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으론 한화에어로의 부채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주) 경쟁을 해야 하는데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에 일을 맡기지 않으려 한다”면서 "영미권이나 유럽 회사는 자본 축적 기간이 길어서 부채비율이 낮지만, 저희는 단기간에 성장하면서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281.3%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에도 단기간의 급성장과 수주 계약금으로 주는 선수금이 부채로 잡혔기 때문이다.
한 IR담당은 유상증자 발표 전 한화에어로가 1조3,000억 원을 들여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선 "지분 인수로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의 기업 가치가 동시에 늘어났다"며 "시장도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화에어로는 해양 방산 사업을 포트폴리오 확장의 핵심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한화오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많이 해오고 있기에 지분율을 늘려 그만큼의 수혜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주총 주요 안건인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마이클 쿨터 해외사업 총괄 사장 사내이사 선임 등은 모두 의결됐다. 이사 수 한도를 기존 7명에서 9명까지로 확대하고, 보수한도 총액을 90억 원에서 110억 원으로 늘리는 안건도 통과됐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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