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은 젊은 층 손해? 크레디트 넣으면 얘기 달라진다 [팩트체크]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30,40대 국회의원과 일부 중진 의원이 "젊은 층에 부담 준다" "젊은 층에 독박"이라고 비판하면서 '젊은 층 손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개혁은 내년부터 2033년까지 보험료를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내년에 43%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소득대체율은 생애소득 대비 노후연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원래는 올해 41.5%에서 2028년 40%로 내려가게 돼 있는데, 더 내려가지 않고 되레 43%로 오르게 됐다. 또 이번에 군 복무 크레디트(가입기간 추가 인정)를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고, 첫째 아이 출산 크레디트 12개월을 새로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월 소득 309만원인 20~30대와 50세의 연금·보험료 증가를 비교했다. 20~30대가 연금을 받게 되는 2050,2060년의 평균 가입기간이 약 25년인 점을 고려해 25년 가입하고, 65세부터 남성은 17.3년, 여성은 23년 수령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수령 기간은 통계청의 기대여명을 근거로 잡았다. 50세 남성은 내년부터 10년 추가 또는 신규 가입하고 남성 18.3년, 여성 23.6년 수령하는 것으로 잡았다.
이렇게 비교하면 20~30대 남성은 모수개혁의 효과로 연금이 1억6037만원에서 1억7240억원으로 1203만원 늘어난다. 여성은 2억1321만원에서 2억2920만원으로 1599만원 늘어난다. 20~30대는 남녀 구분 없이 25년간 보험료가 3289만원 증가한다. 보험료 증가 대비 연금 증가 비율이 남성은 37%, 여성은 49%이다. 보험료 100을 더 내고 37, 49를 연금으로 더 받는다는 뜻이다.
50세 남성은 6786만원에서 7295만원으로 509만원, 여성은 8751만원에서 9407만원으로 656만원 증가한다. 50세는 보험료가 964만원 증가한다. 보험료 증가 대비 연금 증가 비율(이하 연금 비율“)이 남성 53%, 여성 68%이다.
둘을 비교하면 20~30대의 손해가 명확하다. 이유는 '보험료 13% 기간'에 있다. 20~30대는 18년, 50세는 3년 13%의 보험료를 낸다. 20~30대가 소득대체율 43%에 해당하는 기간이 길어 연금이 오르긴 하지만, 보험료 부담 증가를 능가하지 못한다.
그러나 크레디트를 포함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군·출산 크레디트를 합해 내년부터 소득대체율을 1.48%p 끌어올려 연금을 늘리게 된다. 크레디트를 넣어 따지면 연금 비율이 50세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 20~30대가 내년 1월 제대하면 12개월 군 크레디트가 생긴다. 군필자는 지금처럼 6개월이다.
이미 군에 갔다 온 남성의 연금 비율은 45%로 50세 남성보다 다소 낮다. 내년 제대 남성은 50세와 비슷하다. 여기에 출산 크레디트를 더하면 연금 비율이 50세보다 꽤 올라간다. 군 6개월, 출산 12개월 크레디트를 받는 남성의 연금 비율은 72%, 군·출산 모두 받은 남성은 80%이다.
군 크레디트는 남성만 받지만, 출산은 엄마·아빠 구분이 없다. 부부가 합의해서 결정하면 된다. 지난해 6월 기준 출산 크레디트 수령자는 5981명이며, 이 중 98%가 남성이다. 출산 크레디트는 연금 수급권(최소 10년 가입)이 없으면 적용하지 않는다. 연금 수급권이 남성에게 많아 출산 크레디트를 남성에게 몰아주고 있다.
출산 크레디트를 여성이 받을 경우 연금 비율은 76%이다. 50세 여성(68%)보다 적지 않게 높다.
크게 보면 '젊은 층이 손해'라는 프레임이 맞다. 앞에서 예를 든 50세가 그 전에 연금에 가입했다고 보면 소득대체율이 높은 구간(45~70%)을 거쳐왔다. 중장년층의 과거 20~30년은 소득대체율이 높은 호시절이었고, 지금 청년층의 20~30년은 대체율이 낮은 시기이다. 이런 점에서는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이들이 미래의 연금 부채를 짊어지게 돼 있다.
그러나 모수개혁으로는 이 같은 세대 간 형평성을 바로잡기 쉽지 않다. 그나마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았으면 미래 연금 부채를 줄일 것이다. 다만 연금개혁이라는 게 합의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소득대체율 인상이 같이 가야 하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세대 간 차이를 줄이는 방안은 지난해 9월 정부가 제안한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이다. 50대는 4년 만에, 20대는 16년에 걸쳐 9%에서 13%로 4%p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세대 간 갈라치기"라고 반대하면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연금을 이미 받고 있거나 곧 받을 사람의 고통 분담이 이번에 빠졌다. 바로 자동조정장치이다. 가입자·기대수명에 맞춰 연금액 증가율을 낮추는 제도이다. 2036년 도입하면 기금 고갈 시기를 2056년에서 2088년(국회통과안 2064년)으로 늦춘다. 이것도 야당이 "자동연금삭감장치"로 비판하면서 도입하지 않았다.
앞으로 국회가 연금특위를 구성해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나 자동조정장치 같은 걸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휠체어 탈 몸이 도봉산 오른다, 78세 노인의 '10분 습관' | 중앙일보
- "하룻밤 여성 3명 강간한 아들 둔 엄마"…김선영 괴롭힌 '이 여자' | 중앙일보
- '첨단제조 핵심기지' 동남아 아니었어? 강요받는 'U턴' | 중앙일보
- 강형욱 "보름만에 13㎏ 빠지고 탈모"…갑질 논란 후 근황 깜짝 | 중앙일보
- "난 동성애자, 부끄럽지 않다"…하이브 걸그룹 멤버 커밍아웃 | 중앙일보
- 교육부 장관이 15살 소년과 사귀다 아이 출산…이 나라 발칵 | 중앙일보
- 신기루, '자택서 쇼크 사망' 가짜뉴스에…"천벌받아 마땅" 분노 | 중앙일보
- "그집은 그을린 흔적도 없어"...산청 산불 50cm 비껴간 점집 | 중앙일보
- 씻겨 주고 말려준다, 15분이면 끝…일본 등장한 '인간 세탁기' | 중앙일보
- 고급 오피스텔서 어이없는 죽음…그 사업가 '수상한 이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