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율곡과 직장 내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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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이 처음 급제했을 때, 외교문서를 담당하는 승문원에서 선배에게 공손하지 않다고 하여 파직됐다.
소식을 들은 퇴계 이황은 "신래(신입)를 희롱함은 과연 무리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그런 줄을 알고 그 길로 들어갔으니, 이 군(율곡)인들 어찌 홀로 모면할 수가 있겠는가?"라며 딱한 사정에 공감했다.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도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산재 신청 건수도 5년 새 4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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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이 처음 급제했을 때, 외교문서를 담당하는 승문원에서 선배에게 공손하지 않다고 하여 파직됐다. 소식을 들은 퇴계 이황은 “신래(신입)를 희롱함은 과연 무리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그런 줄을 알고 그 길로 들어갔으니, 이 군(율곡)인들 어찌 홀로 모면할 수가 있겠는가?”라며 딱한 사정에 공감했다. 퇴계는 또한 손자 이안도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선배가 시키는 장난을 좇지 않을 수는 없으니 잠깐 하는 척하여 그 나무람만 모면할 뿐, 너무 난잡하고 부끄럼 모르는 행동을 하여 광대와 같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였다. (성호사설 제15권 ‘인사문’ 중) 천재 이율곡도 넘지 못할 만큼, 조선시대 신입들의 통과의례는 혹독했다. 더구나 장원만 아홉 번을 차지했을 만큼 뛰어났던 율곡에 대한 시기와 질투는 더욱 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유구한 역사를 이어간다. 강원 도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6년 사이 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따르면 도내 신고는 법 시행 첫해인 2019년 38건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93건으로 집계됐다.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도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산재 신청 건수도 5년 새 4배 이상 급증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에게 객관적 조사 실시 의무와 피해·가해 근로자에 대한 조치 의무를 부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용자가 피해 근로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벌 강화 목소리가 커지자, 당정은 ‘중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단 한 번만 있어도 처벌이 가능한 가칭 ‘고(故) 오 요안나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주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조직의 일상적인 업무 관행을 괴롭힘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지시 체계 자체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괴롭힘으로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다면, 조직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제도에 앞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수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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