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들 “광고비 산정 기준 몰라”…가맹본부, ‘대외비’ 공개 거부 가맹본부·담배회사 “줄어든 건 맞지만 세부내역 공개 어려워”
지난 19일 방문한 서울 대방동 한 편의점에 담배 광고판과 진열대가 위치해 있다. 김다인 인턴기자
“광고 진열판에는 변화가 없는데 광고비는 30% 이상까지 차이가 납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매출에서 담배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줄어들면 손해죠”
서울 영등포구에서부터 양천구까지 편의점 운영 경력만 10년 가까이 되는 점주 A씨도 정확한 정산 기준을 모르는 수익이 있다. 바로 편의점 담배 광고비다.
진열지원금·담배 광고지원금·장려금 등으로 불리는 담배 광고비는 편의점 본사와 담배 회사가 맺은 계약에 따라 편의점 내부에 부착되는 담배 진열대 및 광고판에 책정한 광고 금액이다. 편의점마다 지급되는 금액은 다르지만 보통 20만원~50만원 수준이다.
2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담배 광고비가 편의점 가맹 점주들에게 지급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담배 회사가 편의점 가맹점별 담배 판매량 등을 고려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가맹본부와의 협상을 거쳐 광고비를 지급한다. 이후 편의점 본사가 다양한 기준을 고려해 각 가맹점에 광고비를 지급하고 수수료를 일부 가져간다.
점주들 “광고비 산정 기준 몰라”…가맹본부 ‘대외비’ 이유로 공개 거부
문제는 본인 매장에 설치하는 광고로부터 나오는 수익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점주들은 명확한 광고비 산정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광고비가 매년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가맹본부에 설명을 요구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종렬 CU가맹점주협의회장은 “광고판이나 담배 진열 종류 수 등은 예전이랑 동일해 광고 효과는 같은데 자꾸 광고비는 줄어든다. 10년 전에는 100만원까지 받았었는데 최근에는 40~50만원 수준”이라면서 “어떤 항목 때문에 줄었는지 확인하려고 세부 내역을 알려 달라고 하면 가맹본부는 대외비라며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익계산서에서 세부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여타 항목과 달리 담배 광고비는 금액만 표시된다. 별도 세부 내역을 확인하고 싶으면 가맹본부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
편의점 운영 경력이 오래된 점주들은 친분이 있는 본사 직원으로부터 광고비 산정 기준이나 세부 내역을 알음알음 파악하기도 한다. 다만 대부분의 점주는 광고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가맹본부 매니저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점주는 “가맹본부에서 나오는 매니저에게 세부 내역을 알고 싶다고 하면 보여준다며 몇 주를 끈다. 집요하게 물어보면 그제야 어쩔 수 없이 담배 회사별로 나오는 광고 금액 정도만 보여주고, 어떤 광고에서 얼마나 책정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안 알려준다”면서 “그 이상 알고 싶어도 매니저들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점포에 득 될 게 없어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푸념했다.
가맹본부와 광고비를 나눠 가지는 데 불만을 갖고 있는 점주도 있다. 일반 소매점을 운영하다 편의점으로 업종을 변경한 한 GS25 점주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안 끼고 개인 슈퍼를 운영할 때는 담배 회사랑 직접 계약을 해서 납품을 받았다. 광고비는 그때와 비교하면 10% 정도 차이 난다”며 “안 그래도 내 점포에서 광고하는 걸 가맹본부랑 왜 나눠 가져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광고비 세부 내역도 공개를 안 하니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가맹본부·담배회사 “광고비 줄어든 건 맞지만 세부내역은 공개 어려워”
편의점 가맹본부와 담배 회사 모두 광고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나며 광고비도 그에 따라 상승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담배 산업이 내림세라 객단가는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도 “담배 회사와 계약을 맺을 때 점주들에게 돌아가는 광고비가 최대한 줄어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담배 회사 측에서도 넉넉하게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담배 광고비 산정 기준이나 세부 내역은 기업 간 계약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담배 광고비는 담배 회사가 산정을 하고 가맹본부는 점주들에게 지급하는 업무만 담당한다”며 “가맹본부도 광고비가 어떤 기준으로 지급되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편의점 가맹본부 관계자는 “점주가 알고 싶어하면 알려주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진열대에 광고가 몇 개 있어서 얼마가 지급된다는 정도까지는 말해줄 수 있지만 점포별로 상황이 제각기 달라 광고비 변동 사항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담배 회사 관계자는 “편의점 브랜드별로 담배 매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겨 광고비 계약에 참고하긴 하지만 가맹점에 돌아가는 구체적인 금액은 편의점 가맹본부가 산정한다”며 “광고비는 편의점 가맹본부와 담배 회사 사이의 B2B(Business to Business) 계약이다. 가맹점과의 별도 계약은 맺지 않기 때문에 가맹점에 지급되는 광고비는 편의점 가맹본부와 논의할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