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 와중 ‘땅따먹기’ 속도···서안에 정착촌 13곳 추가 지정

선명수 기자 2025. 3. 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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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국제법상 불법에 해당하는 유대인 정착촌 13곳을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영토 확장을 묵인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 내각 내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내각이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13곳을 지역사회와 분리해 조성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우리는 숨고 사과하는 대신 깃발을 올리고, 건설하고, 정착할 것”이라며 “이것은 유대와 사마리아(서안지구를 지칭하는 이스라엘 성서 용어)에서 실질적인 주권을 향한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극우 정당인 ‘종교적 시오니즘당’의 대표이자 네타냐후 연정의 핵심 파트너인 스모트리히 장관은 서안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합병론자다.

내각의 이번 결정으로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하는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은 140여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은 정착촌만 포함한 수치로,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으나 암묵적으로 정부 및 군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비공식 전초기지가 100~150곳 정도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최근 서안지구에서 대테러 작전을 벌인다는 명분으로 군사 작전을 강화하는 한편 유대인 정착촌 추가 조성에 속도를 내왔다. 군사 작전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린 뒤 불도저 등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밀어버리기도 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내에서 주변 지역과 분리된 정착촌을 추가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이를 금지하는 국제 결의를 명백하게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서안지구에서의 이런 움직임을 “팔레스타인 땅에 식민지 점령을 강화하려는 필사적 시도”라고 규탄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조성된 유대인 정착촌 전경.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며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 자국민을 집단 이주시키는 방식으로 점령을 확대해 왔다. 현재 약 70만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270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과 서안지구에서 살고 있다. 국제사회는 서안지구 내 정착촌 건설을 ‘불법 점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뒤 서안 점령을 확대해 아예 합병해야 한다는 이스라엘 극우의 주장은 더욱 대담해졌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트럼프의 재선을 “유대와 사마리아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대놓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미 대사관을 이전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 중인 시리아 영토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등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영토 확장을 지지해 왔다. 아울러 전임 미 행정부와 유엔 등 국제사회 결의를 뒤집고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이 “불법이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편을 들어줬다.

2기 정부 출범 뒤인 지난달 3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서안 합병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스라엘 영토는 매우 작다”며 합병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20년에도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의 약 30% 영구적으로 합병하는 내용의 이른바 ‘트럼프 평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팔레스타인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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