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3억2천만 달러짜리 실험, 아쉬운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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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형제가 연출한 넷플릭스의 최신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The Electric State)는 3억 2천만 달러, 한화 4649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제작비가 투입된 SF 대작이다.
역대 가장 비싼 이 영화는 화려한 비주얼과 감성적인 스토리를 앞세우고, 독특한 세계관과 기술적 성취로 주목받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식에 충실한 또 하나의 비싼 영화이자 볼거리 화려한 영화적 환상을 드러내기는 충분했으나, 장르 영화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지는 못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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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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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스틸컷 |
ⓒ 넷플릭스 |
영화는 1990년대 대체 현실을 배경으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던 세계의 폐허를 생생하게 그려낸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다.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로봇 코스모와 함께 미국 서부를 횡단하는 미셸(밀리 바비 브라운)의 여정은 단순한 로드 무비가 아닌, 폐허가 돼 무너진 세계에서 인간성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어마어마한 제작비나 거대한 스케일과 잘 연결이 되는가는 한번 고민해봄직 하다. 비주얼의 성취만큼이나 감정적인 몰입이 따르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드론과 로봇의 디자인은 창의적이며, 헬리콥터처럼 날아다니는 드론의 아이디어는 신선하다. 원격 조정하는 인물들의 얼굴이 비추는 모니터 모양의 표현은 로봇과 드론의 구분을 명료하게 해준다. 이러한 특수효과와 CGI의 탁월함을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서사의 밀도와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루는 과정이 다소 아쉽다. 거대한 폐허 속에 인물은 홀로 서 있지만, 그 외로움이 화면 너머로 완전히 전해지지는 않는다. 가족의 의미, 상실과 극복, 그리고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한 쫀쫀함이 덜하다. SF 장르에서는 스펙터클을 넘어 철학적 질문과 인간적인 감성이 필수적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시각적 혁신과 감성적인 여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는 일조했다.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에 있어 점점 더 거대한 베팅을 하고 있다. 창의적 상상력을 정교하게 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단순히 '보는 맛'을 넘어, '기억에 남을 작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렉트릭 스테이트> 역시 화려한 비주얼과 막대한 예산을 자랑했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그 기대치만큼의 장르적 감성과 철학을 품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식에 충실한 또 하나의 비싼 영화이자 볼거리 화려한 영화적 환상을 드러내기는 충분했으나, 장르 영화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지는 못했다고 할까.
영화의 후반부 미셸은 인터뷰를 통해 '진짜 삶은 접촉'이며, '서로 닿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니 부디 현실 세계와의 관계를 차단하지 말라고.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인간의 연대와 사랑의 힘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영화는 이 장면을 위해,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두시간 남짓을 열심히 달려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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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스틸컷 |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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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스틸컷 |
ⓒ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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