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공부했던 외인, 냉혹한 현실에 한국이 더 그립겠다…5실점 난타 끝에 마이너 강등
[OSEN=이상학 기자] 지난해까지 KBO리그 KT 위즈에서 3년을 보냈던 좌완 투수 웨스 벤자민(32)이 시범경기에서 난타를 당하며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벤자민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의 굿이어볼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시범경기에 6회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1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6회 선두타자 존켄시 노엘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맞으며 시작부터 불안했다. 풀카운트에서 7구째 시속 91.3마일(149.9km) 싱커가 한가운데 몰린 실투가 되며 장타로 연결됐다.
이어 브라이언 로키오에게 좌전 안타와 2루 도루를 허용한 벤자민은 보 네일러를 1루 땅볼 유도했지만 1루수 트렌튼 브룩스의 포구 실책으로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윌 윌슨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면서 추가 실점한 벤자민은 돔 누네스에게 우전 안타, 스티븐 콴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에 강판됐다. 이어 나온 케빈 콥스가 볼넷과 안타로 벤자민의 승계주자 3명을 모두 홈에 불러들였다.
6회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내려갔지만 시범경기 규정에 따라 벤자민은 7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지만 볼넷 2개를 주며 제구가 흔들렸고, 경기 후 결국 마이너행 통보받았다. 이날 벤자민의 총 투구수는 50개로 슬라이더(30개), 싱커(13개), 체인지업(4개), 포심 패스트볼(3개)을 던졌다. 최고 구속은 시속 92.3마일(148.5km).
샌디에이고는 이날 경기 후 내야수 메이슨 맥코이를 40인 로스터에 올리면서 포수 브렛 설리반을 양도 지명(DFA) 처리했고, 외야수 트리스 오넬라스를 마이너 옵션으로 마이너리그 캠프에 보냈다. 아울러 스프링 트레이닝 초청선수인 벤자민도 마이너리그 캠프로 재배치되며 로스터 정리가 이뤄졌다.
지난해 시즌 후 KT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벤자민은 지난달 말 샌디에이고와 마이너 계약으로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했다. 시범경기에서 기회를 얻었지만 4경기(1선발) 평균자책점 6.00으로 고전했다. 6이닝을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7볼넷 1탈삼진 9실점(4자책)으로 내용이 좋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등판도 난타당하면서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2020~2021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메이저리그 2시즌 통산 21경기(45이닝) 2승3패 평균자책점 6.80을 기록한 벤자민은 2022년 6월 대체 선수로 KT에 온 뒤 지난해까지 3년간 모범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다. 3년 연속 재계약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KBO리그에서 3년간 통산 74경기(406⅓이닝) 31승18패 평균자책점 3.74 탈삼진 390개의 호성적을 남겼다. 좌완으로서 공을 숨기는 디셉션 동작이 좋아 좌타자 상대로 특히 위력을 떨쳤다.
준수한 실력만큼 바른 인성으로 선수단과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이기도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만난 양현종(KIA타이거즈)에게 ‘형’이라는 말을 배워 한국에서도 한글 공부를 열심히 했다. 의미는 몰라도 직접 한글을 쓰고 읽는 것도 꽤 능숙하게 할 만큼 한국에 진심이었다.
지난달 말 샌디에이고에 합류한 뒤에도 벤자민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3년 전 한국에 갔던 결정이 좋았다. 그것이 나를 더 나은 사람이자 선수로 만들었다”며 “한국이 좋다. 그곳의 문화가 정말 좋았다. 선발로 160~170이닝을 소화한 것도 내겐 좋은 기회였고, 큰 도움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 돌아온 나를 아무도 모를 텐데 변화된 모습으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한국에서 스위퍼를 많이 사용했는데 좌타자에 효과적이었다.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보겠다”고 말했지만 시범경기에서 높은 벽을 실감하며 마이너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안 그래도 한국을 사랑한 선수인데 한국을 더욱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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