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 성경 읽듯, ‘민주주의자’라면 이것을 [기자의 추천 책]

김연희 기자 2025. 3. 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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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헌법과 가까운 정치인이었다.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논의하는 야 3당 원내대표 모임에서도 그의 손에는 〈손바닥 헌법책〉이 들려 있었다.

올해 1월 노회찬재단에서 펴낸 이 책은, 2017년 노무현시민학교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강의했던 '내 손으로 만드는 헌법' 수업을 정리한 것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헌법 제10조가 땅 위에서 실현되진 못할지라도 그리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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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헌법특강- 헌법 읽는 시간〉
노회찬재단 펴냄

노회찬은 헌법과 가까운 정치인이었다. 그는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지며 일찌감치 ‘제7공화국’ 즉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논의하는 야 3당 원내대표 모임에서도 그의 손에는 〈손바닥 헌법책〉이 들려 있었다. 첫 번째로 대통령이 탄핵된 그해 겨울, 노회찬은 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한다. “헌법을 실현하는 첫걸음은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1월 노회찬재단에서 펴낸 이 책은, 2017년 노무현시민학교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강의했던 ‘내 손으로 만드는 헌법’ 수업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헌법에 한 나라의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는 우리 공동체가 합의한 기억으로, 대한민국 헌법은 ‘3·1 운동과 임시정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전문(前文)에서 밝힌다. 현재는 헌법이 규정한 권력 구조이다. 미래는 기본권 조항에 담긴 공동체의 지향을 뜻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헌법 제10조가 땅 위에서 실현되진 못할지라도 그리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각오이다.

노회찬 특유의 촌철살인과 찰떡같은 비유는 헌법 강의에서도 여전하다. 특히 1948년 제헌의회에서 첫 번째 헌법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교육은, 세금은, 대표 선출은 어떻게 할지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데 속기록 분량만 20권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가 헌법이라는 사회적 약속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뒤쪽에는 헌법 전문(全文)이 수록돼 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따라가는 마음으로 조문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대통령의 선서를 규정한 제69조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기독교인이 성경을 읽듯, 민주주의자는 헌법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헌법을 따라야 한다. 팸플릿에 가까운 88쪽짜리 얇은 책이지만 덮고 나면 파도 같은 그리움이 밀려온다. 헌법을 깊이 이해하고 아꼈던 정치인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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