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금도 '복수'의 칼을 갈며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을 것이다
탄핵 심판을 앞둔 윤석열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그는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고 답하겠다.
"총 쏠 수 없나?" 자신을 체포하러 온 공권력을 향해 '기꺼이 반란군이 되거라'고 명령하며 경호원을 사병처럼 부리던 윤석열이 감옥에서 나온 후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은, 공화국에 반기를 들라는 명을 거부한 경호처 간부 자르기였다. 일시적 자유를 획득하자마자 복수에 나선 것이다. 섬뜩한 일이지만, 윤석열은 그런 사람이다.
윤석열 정부는 분노와 냉소를 달고 우연에 의해 태어났다. 공화국의 왕은 항상 화가 나 있었다. 스스로 불러온 화를 주체하지 못해 결국 체제를 부숴버리기로 결심했다. 손바닥에 임금 王자를 새긴 그는 묵시록에 등장하는 파괴의 신이 되어 스스로 계엄을 내리고 세상 모든 걸 '無'로 환원해 순수한 진공상태를 만들려는 꿈을 꿨다. 하지만 그가 잊고 있었던 건 그가 두 다리로 지상에 몸을 지탱하고 있는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는 사실. 인간이 신의 흉내를 내면 우스꽝스러워진다.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날개를 붙여 태양에 도달하려 했지만 결국 추락했다.
윤석열은 대중의 분노 위에 올라타 대통령이 된 자다. 그는 '비전'형 정치인도 아니고, '구원'형 정치인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적개심을 보이는 세력이 가진 '원형의 분노'에 주목했고, "무식한 3류 바보들"과 "버르장머리 없는 이재명 민주당 썩은 패거리들"에 복수를 다짐하며 "대선도 필요없다. 곱게 정권 내놓고 물러가라"고 일갈했다.
이 증오의 구호는 윤석열을 대통령의 자리에 가까스로 앉힐 수 있었지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진 못했다.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하는 거 보면은"이라며 복수를 다짐했으나, 이 말은 윤석열의 미래를 예언한 명언으로 박제되고 만다.
한때 윤석열을 도왔던 한 인사는 윤석열을 평가하며 "보수의 차도살인(남의 칼을 빌려 적을 친다)"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윤석열 정치는 '격노의 정치', '복수의 정치', 그리고 '자해의 정치'였다. 이 셋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순환 구조를 이루며 인과 관계를 만들어 낸다. 반면교사로 삼기에도 부족한 이 유아기적 본능의 정치가 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쳐 왔다는 사실은 숱한 사례로 증명된다.
윤석열은 수시로 격노했고, 그 격노는 대개 복수로 이어졌다. 민망하도록 좀스러운 권력의 사적 유용이었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를 집요하게 쫓아냈고, 용산 구중궁궐엔 여권 정치인과 김건희의 '악연'과 관련된 고약한 소문들이 나돌았다. 숨진 해병대원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격노'한 그는 자신의 명을 어긴 박정훈 대령을 '항명 수괴'로 몰았고, '바이든-날리면'을 보도한 MBC 기자는 전용기에 태우지 않는 것으로 보복을 완성했다.
복수 정치의 최종 단계는 비상 계엄 선포라는 '자해 정치'로 귀결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따르면 체포 리스트에 오른 14명은 윤석열이 평소 부정적으로 평가한 인물들이었고, 윤석열은 군 수뇌부 앞에서 그 싫어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체포 대상에 한동훈이 올라와 있는 건 특히 충격이었다. 윤석열 부부의 복수심 앞에서 30년지기의 인간적 인연은 사치일 뿐이다. 한 군 간부는 검사가 '야권의 한동훈 암살 주장이 현실성 있나'라고 묻자 "만약 문상호 사령관이 '한동훈 사살'을 명령했다면 HID 부대원들은 그 지시를 따랐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정희, 전두환도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싫어하는 정치인을 체포해 수거하라는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 윤석열의 복수심은 박정희와 전두환마저 능멸하는 수준이다.
내란죄 혐의를 받고 구속된 와중에도, 윤석열 부부는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근신하고 있을 줄 알았던 윤석열의 '분신' 김건희는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고 말했다. 윤석열 부부에게 지금 가장 우호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신문조차 그들의 눈에는 '복수'의 대상일 뿐이다.
김건희는 윤석열 체포를 앞두고 경호처 직원들 앞에서 "총을 갖고 다니면 뭐하냐. 그런 걸 막으라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 "마음 같아서는 이재명 대표를 쏘고 나도 죽고 싶다"는 말을 뱉었다고 한다. 깜짝 놀란 경호처 직원이 이 말을 상관에게 보고한 내용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만약 총을 쐈다면 그건 반역이자 살인이다. 어쩜 이런 끔찍한 말들이 그렇게 함부로 튀어나오는가.
지난 8일 윤석열이 석방된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윤석열 2차 체포 영장 집행 때 간부회의에서 '영장 집행을 막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고 반대한 간부를 해임한 것은 그들이 '복수'에 진심이라는 걸 방증해 준다. 해임은 공직자에게 '사형 선고'다.
이 모든 정황은 윤석열 탄핵이 기각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하게 해 준다. 그들에게 '회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윤석열은 자신을 비판하고 홀대하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 모든 이들을 향해 보복을 기도할 것이다. 그는 지금도 '복수'를 상상하며 김치찌개를 끓이고 체포 수거 리스트를 마음 속으로 하나하나 꼽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초라한 인간의 말로가 어떤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는 지금 광야를 헤매는 리어왕이다. 왕좌를 스스로 던진 리어의 심리는 윤석열의 그것과 닮아 있다. 리어는 모두가 자신을 왕으로 여겨주고 대접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리어는 자신의 손발이 되어 아첨을 가장 많이 해 왔던 두 딸 리건과 고네릴(검찰)이 자신에게 등을 돌릴 것이란 예상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리어는 불현듯 현실을 깨닿는다. 더 이상 사람들이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려 한다는 걸. 그리고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격노에 빠져든다. 그것은 광기다. 상상 속에서 복수를 상상하는 리어는 "붉게 타는 쇠꼬챙이를 든 악마 1000명이 휙휙 날아서 그것들을 덮쳤으면!"이라고 외친다. 하지만 부질없는 분노다. "총을 들면 뭐하냐",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는 말처럼.
리어왕의 최후는 그나마 교훈적이다. 스스로 불러온 광기 속에서 헤매다 제정신이 든 그는 권력도 복수도 승리도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리어는 말한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자 감옥으로 가자꾸나."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봉준 투쟁단, 다시 서울로 진격합니다"
- 野 최상목 탄핵안 발의에 권성동 "목적 없는 감정적 보복"
- 극우 댓글, 1명이 1700개-15명이 1만개…여론조작 '점입가경'
- 윤석열 지금도 '복수'의 칼을 갈며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을 것이다
- 다가오는 의대생 복귀 '데드라인'…의대학장들 "상당수 복귀, 돌아오라"
- 민주당, 최상목 탄핵·고발…실익 없는 강공 일변도
- 이재명·권성동 "청년들에게 미안"…연금개혁 한계 '네 탓' 공방
- 머스크, 이제 美 국방부 기밀정보까지 접근하나…"국방부, 기밀 전쟁 계획 브리핑"
- '박근혜 파면' 헌재, 왜 '尹 탄핵' 망설이나
- 권성동 "민주노총-민주당 동업 관계…탄핵 겁박 망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