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막말에 "중국공안" 헛소리까지... 선 넘는 헌재 앞 경찰 공격

박수림 2025. 3. 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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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변 근무 경찰들 만나보니... "기동대 근무 이래 'XX놈' 소리 제일 많이 들어"

[박수림 기자]

▲ 대한민국에서 어제 공안을 잡았다는 윤 지지자 #Shorts 21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지지자가 헌재 주변을 지키는 경찰들에게 경찰 공무원증을 소리치며 요구하고 있다. (촬영 : 박수림 기자, 편집 : 최주혜 PD) ⓒ 박수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건너편 인도에서 근무 중인 경찰을 향해 "중국 공안", "XX놈" 등의 비난을 가하고 있다.
ⓒ 박수림
"헌법재판소 출동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와요." - 기동대 소속 4년 차 A 순경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경찰을 향한 시위대의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헌법재판소(헌재) 주변에선 근무 중인 경찰을 향해 "중국 공안" 등의 막말을 퍼붓거나 다짜고짜 "공무원증을 꺼내보라"고 소리치거나 심한 욕설을 내뱉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헌재 주변에서 만난 복수의 경찰은 입을 모아 "욕먹는 게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 얼굴을 촬영해 '공안'이라고 하는 몇몇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고 더 그런 것 같다"면서 "헌재로 출동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너무 힘이 든다"고 호소했다.

다짜고짜 "공무원증 내놔라"... 거절하면 "공안"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경찰 '갑호 비상' 발령 경찰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최고 수위 비상근무인 '갑호 비상'을 발령한 가운데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다.
ⓒ 이정민
이날 헌재 인근은 전날 발생한 정치인 계란 테러로 경계 근무가 한층 강화된 모습이었다. 안국역 사거리 곳곳엔 경찰의 바리케이드가 있었고, 신호가 바뀔 때마다 경찰이 직접 바리케이드를 여닫으며 시민들을 안내했다. 헌재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에선 신원 확인 후 헌재 관계자나 취재진, 기자회견 참석자 등에게만 이동을 허용했다.

오전 11시쯤 헌재 정문 건너편 인도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 경찰을 향해 "공무원증을 꺼내보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에 있던 B 경감이 다가와 "이분은 우리 직원이 맞다.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명찰이 없다"고 확인해 주었으나, 한 지지자는 "우리가 어저께도 공안 3명을 잡았다"는 허위 주장을 펼치며 계속해 공무원증을 요구했다.

그 옆에 있던 한 남성 지지자는 급기야 "XX놈들아"라는 욕설까지 쏟아냈고 "민주당만 (헌재 정문 쪽으로) 들여보내지 말라"는 등의 근거 없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이날 헌재 정문 앞에선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측 모두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히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 정문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기자회견을 빙자한 시위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결국 B 경감은 "예예. 저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이야기 다 들어드릴게요"라고 말하며 30분이 넘도록 이들을 달랬다.
 윤상현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쪽에서는 파면을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 권우성
 더불어민주당 재선 국회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헌재 도서관 주변에서 시민 출입을 통제하던 20년 차 C 경감은 "폭언은 늘 있는 일"이라며 "경찰복을 입고 있는데도 '중국 경찰 아니냐', '어느 나라 경찰이냐'는 등의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고 털어놨다. 20년 넘게 일한 D 경위도 "나도 매일 '공무원증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는다"라며 "그런데 경찰복을 입고 있으면 경찰인 게 확인되지 않나. 이해가 안 되는 요구"라고 고개를 저었다.

하루 전날인 20일에는 한 유튜버가 헌재 앞에 있던 경찰을 공안이라고 주장하며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유튜버 '망기토TV'는 헌재 앞에 있던 경찰이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관등성명·신분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해당 경찰의 소속과 이름을 확인해 주었으나, 여전히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시 영상 캡처본과 함께 해당 경찰을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기동대에서 2년째 근무 중이라는 E 순경은 "현장직은 공무원증을 늘 들고 다니기 쉽지 않다"며 "이동하다 경찰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릴 때가 있는데, 보여달라는 요구 때마다 자리를 비우고 경찰 버스에 다녀올 수는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복에 붙은) 명찰도 탈부착이다. 가끔 명찰이 떨어질 때면 공안 소리를 듣게 된다"며 "기동대에서 근무한 이래로 헌재 앞에서 'XX놈' 소리를 제일 많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한 달 초과근무 113시간... "이러다 병 걸려"
▲ 헌법재판소 철통방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앞두고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과 주위에 경찰의 경비가 강화되어 있다.
ⓒ 이정민
탄핵 정국에서 경찰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A 순경은 "지난달 초과근무만 100시간 가량"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기동대 전반적으로 상황이 이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20일)는 하루 종일 훈련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헌재 출동 지시를 받았다"라며 "결국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했다. 헌재로 출동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헌재 주변에 있던 또 다른 경찰은 옆에 있던 동료에게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서 헌재로 출근하고 퇴근하면 밤 10시다"라며 "버스 타서 집 도착하면 밤 11시가 다 된다. 이런 생활을 매일 반복하다 병 걸릴 거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경찰청·서울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찰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113.7시간에 달했다. 내란 이전인 11월(80시간)과 비교하면 33.7시간이 늘어난 것이고, 일주일 평균 28.4시간의 초과근무를 하는 셈이다.

한편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일부터 '을호비상' 등 전국에 비상근무를 발령하고, 선고 당일에는 전국 경찰관서에 '갑호비상'을 발령해 가용 경력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전국 기동대 338개 부대 소속 2만여 명이 동원되고, 그중 210개 부대 소속 1만 4000명은 서울에 집중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 [드론 사진] 차벽으로 둘러싸인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버스가 차벽을 만들어 배치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기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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