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이면 2025년 방송가도 훗날 야만의 시절로 회자될 거다('언더피프틴')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5. 3. 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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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피프틴’, 과연 이 프로그램의 의도가 뭘까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MBN이 오는 31일 8세부터 15세까지의 여자 어린이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을 방송한다. 홈페이지에 출연자 59명의 면면이 공개되었는데 2016년생이 다섯 명이다. 2016년생이면 초등학교 3학년, 과연 이 프로그램의 의도가 뭘까?

홈페이지에 올라온 프로필을 보면 화장이며 옷 입힌 거 하며 기가 막히다. 표정은 또 어떻고. 거기에 바코드까지 있다. 노골적인 상품화 아닌가. MBN 주시청층은 중·장년층 이상, 손자 재롱 보듯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즐겨 보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어르신들이 걸그룹 노래와 춤을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누구 보라고 이런 기획을 했을까?

기본적으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마뜩잖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이 겪어야 할 심적 부담, 갈등, 스트레스, 아이들이 시시각각으로 시들어가는 게 느껴져서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래도 청소년들이야 꿈을 이루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니까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한 달 이상 학업을 전폐해야 할 텐데 누구 좋으라고 이와 같은 피 말리는 경쟁에 뛰어드나.

몇 년 전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온 여자 배우에게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중학교 때 사극에 출연했는데 대기실에서 감독이 느닷없이 입맞춤을 했단다. 기막힌 건 주변에 동료 연기자들이 많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말리지 않았고 오히려 키득거리며 웃었다는 것. 화장실에서 혼자 울었다고 하기에 어머니는 어디 계셨느냐 물었더니 어머니가 일을 하셔서 혼자 다녔다지 뭔가. 심지어 어머니가 아시면 당장 그만두라고 하실까봐 말을 못했다고. 이래서 아이들이 연예계에 일찌감치 뛰어드는 걸 반대하는 거다.

2011년에 방송된 KBS 파일럿 프로그램 <빅 브라더스>에서 황석영, 조영남, 송승환, 김용만이 '소녀 시대' 멤버들과 만났다. 세대를 초월한 만남이란 의도는 좋았지만 보기 민망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특히 마무리에 조영남이 태연에게 기습적으로 볼에 입맞춤을 했다. 화들짝 놀라는 태연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앞서 드라마 PD나 조영남이나 권력이랍시고 저런 짓을 일삼는 거다. 그래도 별 탈이 없었으니 2011년도 야만의 시절이었네 그려.

뉴진스의 '쿠키' 가사 선정성 논란이 있었을 때 문화평론가 김갑수가 이런 소리를 했다 "10대는 성이 없나? 10대가 무성애 시기가 아니다. 어린 친구들이 발칙하고 도발적인 노래를 부르는 것도 하나의 방향성이다. 성적 환상을 주는 게 나쁜 거냐. 롤리타 취향도 여러 취향 중에 하나다. 어린 여자 아이를 성상품화 하는 걸 즐겁게 받아들일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미성년 매매춘이나 포르노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영화나 소설에서의 성적인 환상을 일으키는 표현은 예술이지 않느냐." 2022년 8월 29일자 팟캐스트 '매불쇼'에서 지금도 들을 수 있다. 최근에도 '매불쇼'에서 성인과 미성년자 사이의 연애를 두고 궤변을 한바탕 늘어놓았다.

세간의 화두로 떠오른 성인과 미성년자 간의 연애. 어느 시점부터 어디까지 진전된 관계인지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성인과 미성년자의 관계는 온당치 못한 일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MBN <고딩 엄빠>에도 이런 사례가 몇 번 등장했는데 교회 선생님이 열 살 어린 학생을 임신 시킨 사건을 미화하는 바람에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시청자들의 항의로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올라간 사안이었으나 심의 위원회가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이게 문제라면 '춘향전'이나 '로미오와 줄리엣'도 다 부도덕한 게 된다. 책임을 갖고 애를 낳는다고 하면 칭찬해줘야 한다." 한 위원의 말이 기막히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오프닝에 사탕을 앞에 둔, 사탕은 세상 떠난 막내 동명이겠지? 슬픔에 빠진 애순이와 관식이를 이웃들의 손이 차곡차곡 우산이 되어 보호해주는 장면이 있다. 그렇다. 아이는 혼자 키우는 게 아니라 사회가, 우리 모두가 함께 키우는 거다.

차세대 걸그룹을 뽑는 <언더 피프틴>, 아직 공개가 안 된 마당에 쓸데없는 기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가 책임 의식을 가지고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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