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선 2세 때부터 과외, 무엇을 위한 성공일까

고경석 2025. 3. 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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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은메달리스트는 승자인가, 패자인가.

올림픽 조정 은메달리스트이자 영국 외무부 외교관 출신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두 번의 올림픽에서 메달을 놓치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2위라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고 회고한다.

'은메달 증후군'은 저자가 결과에 집착하는 유별난 사람이어서 겪는 게 아니다.

영국 여자 조정팀 국가대표 캐서린 그레인저는 올림픽에서 세 번째 은메달을 따며 "가족을 떠나보낸 기분"이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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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캐스 비숍 '롱 윈'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메달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는 승자인가, 패자인가. 올림픽 조정 은메달리스트이자 영국 외무부 외교관 출신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두 번의 올림픽에서 메달을 놓치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2위라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고 회고한다. ‘은메달 증후군’은 저자가 결과에 집착하는 유별난 사람이어서 겪는 게 아니다. 영국 여자 조정팀 국가대표 캐서린 그레인저는 올림픽에서 세 번째 은메달을 따며 “가족을 떠나보낸 기분”이라고 했다고 한다.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는 사회가 은메달리스트를 “패배자 중 1등” “최고의 패배자”라고 부른다며 왜곡된 시선을 꼬집기도 했다.

금메달을 딴다고 한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다.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애거시는 그랜드슬램 우승 후 “승리의 기쁨은 패배의 좌절만큼 크지 않으며,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짧다”고 했다. 복싱선수 타이슨 퓨리는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 된 다음 날 아침, 가슴속에 구멍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중요한 건 승리가 아니라 참가”라는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의 명언은 패자에게 가짜 위로를 건넬 때 주로 쓰인다.

1등이 아니면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경쟁사회에선 한때 정상의 위치에 있던 이들도 순식간에 패자가 된다. 영국의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 조사에 따르면 프로 선수 40%가 은퇴 후 파산했고 그와 비슷한 수가 이혼했으며 대다수가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 승리 지상주의는 가정과 학교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아이를 런던의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두 살 반 때부터 과외 선생을 찾는 이웃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전하며 승리를 강요하지 않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롱 윈∙캐스 비숍 지음∙정성재 옮김∙클랩북스 발행∙392쪽∙2만5,000원

저자는 경영 컨설팅을 하다 보면 기업이 경쟁과 순위에만 집중할 뿐 근본적인 목표나 동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승부욕이 강한 조직은 내부 경쟁도 치열한 법인데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내부 경쟁은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뿐만 아니라 조직의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문화가 형성되면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처럼 조직에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

저자는 스포츠 선수로 뛰며 겪었던 승리와 패배의 경험에 심리학, 철학, 인류학, 조직 심리학 등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오래 지속되는 승리를 위한 ‘롱 윈’ 사고법을 제시한다. 숫자와 결과에서 벗어나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설정하는 ‘명확성’, 성장을 성공으로 정의하며 추구하는 ‘꾸준한 배움’,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며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는 ’연결’이 그 중심이다. 저자는 이 같은 사고를 통해 승리와 성공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롱 윈’ 사고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승리를 추구하는 조직 리더들의 사례를 담았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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