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RO도 "올 韓경제성장률 1.6%로 대폭 하향"

세종=조유진 2025. 3.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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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RO 연례협의 보고서 발간
美 관세인상 영향 우려…계엄사태 첫 언급
3개월 만에 재차 0.3%포인트 낮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암로)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6%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사이클 둔화, 트럼프발(發) 관세 인상 영향과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소비자 심리 위축을 한국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내수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를 지속하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악화한 재정 여력을 재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암로는 21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4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암로는 아세안과 한·중·일 경제를 분석하는 국제기구로,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암로 미션단이 한국을 방문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정부부처·관계기관과 연례협의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암로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례협의 직후인 지난해 12월 1차 발표 때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1.9%)에서 추가로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암로는 성장률 하향 배경으로 미국 관세 영향 등을 꼽았다. 암로는 "미국, 유럽 또는 중국의 급격한 성장 둔화는 글로벌 수요를 위축시키고, 한국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미국 수입관세의 가파른 인상도 한국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고 봤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국내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암로는 "지난해 12월 계엄령 선포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위축할 수 있으며 외국인투자자와 관광객들이 관망 태도를 취하는 등 단기적 총수요 전망에 대한 추가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세력이 마주 서서 각자의 주장을 소리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암로 전망은 한국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며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는 국내외 기관들의 시각과 일치한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7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세가 기존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이라며 역시 3개월 만에 직전 전망치(2.1%) 대비 0.6%포인트 낮춘 1.5%를 제시했다.

주요 글로벌 기관들도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1%대 중반으로 낮춰 잡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OECD와 동일한 1.5%의 전망치를 제시했는데, 이는 비상계엄 사태 등을 반영해 기존 전망치(11월)였던 1.9%에서 1.6~1.7%(1월)로 낮춘 지 한 달 만에 전망치를 재차 낮춘 것이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전망치를 각각 1.8%, 1.6%로 내렸다. 내달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전망치를 발표한다.

암로는 한은에 내수 회복을 위한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암로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수 회복을 위해 통화긴축 정책을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짚었다. 물가 상승률은 전년(2.3%)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1.9%로 전망했다. 암로는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나, 기존 가계 채무자들의 이자부담 완화에 기여해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다"며 "부실 우려가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과 관련된 개발업체, 건설사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재정상황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비은행권의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진단하며 위험관리와 신용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 상환능력은 여전히 약한 수준이며, 비은행 예금기관에서 연체율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부문 PF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축은행업계에 부분적으로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봤다. 암로는 "현재 다주택 또는 투기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채무자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담보인정비율은 유지하되, 주택 실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최초 주택 구입자를 상대로 담보인정비율 정상화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팬데믹 후 악화한 재정여력을 재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안정화하기 위한 중기 재정건전화 프로그램에 신중을 기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정규율을 강화하면서 수입 확충, 지출효율화 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권고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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