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혐의 체포된 ‘에르도안 대항마’… “정적 제거” 시위 확산[지금, 이 사람]

김윤진 기자 2025. 3. 21.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거대한 폭정(tyranny)에 직면했지만 낙담하지 않겠다."

튀르키예 야권의 대표 주자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54·사진)이 19일 테러 연루 혐의 등으로 전격 체포되기 직전 영상 메시지로 남긴 말이다.

이날 경찰은 이마모을루 시장이 에르도안 정권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소수민족 쿠르드계 정당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했고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뇌물 수수와 횡령 혐의가 있다며 그를 체포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마모을루 튀르키예 이스탄불시장
여론조사 지지율 에르도안 앞서
모교 학위취소, 대선출마 자격 박탈
“거대한 폭정(tyranny)에 직면했지만 낙담하지 않겠다.”

튀르키예 야권의 대표 주자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54·사진)이 19일 테러 연루 혐의 등으로 전격 체포되기 직전 영상 메시지로 남긴 말이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인 그는 2003년부터 장기 집권하며 ‘현대판 술탄’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71)의 최대 정적으로 꼽힌다. 조기 대선 실시를 노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선 전 최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그를 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날 경찰은 이마모을루 시장이 에르도안 정권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소수민족 쿠르드계 정당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했고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뇌물 수수와 횡령 혐의가 있다며 그를 체포했다. 이후 이스탄불, 행정수도 앙카라 등 곳곳에서 그의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8일 그의 모교 이스탄불대 또한 30여 년 전 발급한 그의 학사 학위를 취소했다. 이로 인해 그는 대선 출마 자격을 상실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19일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에크렘 이마모을루 시장(사진 속 인물)의 체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힌다. 이스탄불=AP 뉴시스
이마모을루 시장은 당초 23일로 예정된 공화인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강경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주창하며 소수민족과 타 종교에 적대적인 에르도안 대통령과 달리 쿠르드족이나 타 종교인도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970년 트라브존주 악차바트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졸업 후 최대 도시 이스탄불로 이주했다. 이스탄불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건설업계에서 일하다 2014년 정계에 입문했다. 2019년 3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 과정에서 전국적 지명도를 얻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속한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오랫동안 이스탄불 시장 선거를 독식했다. 그러나 당시 선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은 정의개발당 후보를 큰 표 차로 눌렀다. 이에 불복한 에르도안 정권이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해 석 달 후 재선거가 치러졌는데 이때 더 큰 표 차로 상대 후보를 이겼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에르도안의 대항마’로 불리기 시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2028년 7월까지의 임기가 보장돼 있다. 임기 만료 전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재출마가 가능해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에 에르도안 정권이 조기 대선 전 부터 경쟁자의 싹을 일찌감치 자르기 위해 그의 학사 학위를 박탈하고 체포까지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