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조5000억' 쏘는데 한국은…" 충격 실상에 결국
여야, 조만간 배터리특별법 발의
해외 공급망 개발 지원도 포함
여야 국회의원이 국내 배터리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을 담은 ‘배터리 특별법’ 제정에 나선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신음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을 지금 돕지 않으면 미래 성장동력을 통째로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상휘(국민의힘) 신영대(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의원 11명으로 구성된 ‘2차전지포럼’은 조만간 배터리 특별법 제정을 발의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이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2차전지산업 지원 특별법(배터리 특별법) 제정 토론회’를 열고, 신 의원은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국회 입법조사처 등에 맡기기로 했다. 계획대로 되면 반도체에 이어 특정 산업을 법률로 ‘핀셋 지원’하는 두 번째 사례다.
법안에는 미국처럼 국내에서 제조한 배터리 생산량에 비례해 현금 보조금을 주는 ‘한국형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도입하는 방안이 담긴다. 니켈, 망간, 코발트 등 핵심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외 공급망 개발을 돕는 내용도 들어간다.
여야 의원이 법안 제정에 나선 것은 작년 4분기에만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8419억원 적자를 내는 등 코너에 몰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은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세계 최강이 됐고, 미국은 보조금을 앞세워 전 세계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며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美, 배터리 1㎾h당 45달러 꽂아주는데…
한국은 적자 땐 '그림의 떡'
여야 의원들이 제정하기로 한 배터리특별법에 담긴 핵심 내용은 직접 보조금 제도다. 벤치마킹 대상은 미국이 시행하는 AMPC(첨단제조세액공제)다. 미국에서 배터리팩을 생산할 경우 ㎾h당 최대 45달러를 현금으로 준다.
배터리팩 생산단가가 ㎾h당 평균 130달러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원가의 35%를 보조해주는 셈이다. 워낙 지원 규모가 큰 덕분에 세계 배터리 공장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배터리산업을 위한 별도 지원 제도가 없다.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 투자액의 15%를 세액공제해주는 제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배터리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다. 국내 세법이 세액공제 금액을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을 택해서다. 적자를 낸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는 만큼 투자를 아무리 많이 해도 세액공제를 한 푼도 받지 못한다.
SK온이 그렇다. 이 회사는 국내 공장 증설에 매년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하지만 한번도 흑자를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1조1270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훗날 흑자를 내면 과거 10년간 투자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당장 한 푼이 급한 상황에서 시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국내 배터리기업들이 ‘나홀로 사투’를 벌이는 사이 강력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배터리업체의 영토는 갈수록 커졌다. CATL,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배터리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9%까지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자국 배터리기업에 투자액의 30%가 넘는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며 “CATL이 지난해 중국 정부에서 받은 보조금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기업들은 특별법에 담기로 한 ‘해외 공급망 개발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 핵심 자원은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콩고 등지에 대부분 매장돼 있는데, 개별 기업이 이들 국가와 직접 협상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정부가 나서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가격 협상에도 힘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반도체처럼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첨단산업일 뿐 아니라 시장 규모가 수백 배 커질 유망 산업”이라며 “배터리산업의 특수성과 성장 잠재력을 고려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원/성상훈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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