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시술 받아야만 하는 ‘이 질환’··· 약물치료 가능성 첫 확인

김태훈 기자 2025. 3. 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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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의 대동맥판막(화살표 부위)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생기면 혈류에 이상이 생기고 심장에 무리가 가면서 호흡곤란, 가슴 통증,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대동맥판막협착증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약물치료 가능성을 최초로 제시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항노화 물질인 ‘스퍼미딘’을 복용하면 심할 경우 심부전으로 이어지는 해당 질환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사민 교수 연구팀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조직에서 저하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스퍼미딘이 회복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를 미국심장학회지 ‘기초 및 중개의학(JACC Basic to Translation Science)’에 게재했다고 20일 밝혔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의 혈액이 좌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심장의 대동맥판막이 노화로 점차 석회화되면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아직까지 약물을 이용한 치료법은 없어 가슴을 절개하는 개흉 수술이나 스텐트를 삽입해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타비시술만으로 치료하고 있다.

연구에서 주목한 스퍼미딘은 낫토, 치즈, 현미, 버섯, 브로콜리, 견과류, 대두 등에 풍부하게 함유된 천연 물질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세포를 스스로 제거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인체의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이 있는데, 특히 심장이나 뇌처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 다량 포함돼 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면 노화, 당뇨, 심혈관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조직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정상 조직보다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돼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환자들의 미토콘드리아가 기능하는 수준은 17%에 그쳐 정상 대조군(41%)에 비해 크게 저하된 상태로 나타났다. 이어서 스퍼미딘을 활용한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환자의 판막 세포에 스퍼미딘을 투여해 보니 석회화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며 미토콘드리아 기능 관련 지표들은 3배 이상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추가적인 검증을 위해 노화가 진행된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스퍼미딘이 포함된 물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심장 판막 조직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호전되고 자가포식 관련 단백질 발현은 증가했다. 또한 판막 두께가 정상 대조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섬유화 및 석회화 진행이 50% 이상 억제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스퍼미딘이 노화에 따른 DNA 메틸화를 감소시키고 세포 대사와 자가포식을 활성화시켜 판막의 석회화를 줄이는 기전을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사민 교수는 “현재까지 약물 치료법이 없었던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스퍼미딘과 같은 항노화 물질이 치료 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며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실용화 가능성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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