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사람 걸음걸이 속도로 온다 [정동길 옆 사진관]
정지윤 기자 2025. 3. 19. 16:34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상 춘분을 하루 앞둔 19일. 점심을 먹고 서울 청계천을 걸었다. 이미 봄이 왔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코끝에 닿는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응달에는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고 하얗게 쌓여 있었다. 손을 뻗으면 금세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불쑥 찾아온 꽃샘추위에 봄이 뒷걸음질을 쳤다.
오후 1시. 청계천을 따라 걷던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서둘러 일터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노랗게 핀 산수유꽃 앞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전태일 다리 앞을 지날 때 갑자기 바람이 거세졌다. 버드나무 잔가지들이 그 바람에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바람이 그치자 요동치던 가지가 차분해졌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여린 가지에 연둣빛 새순이 돋고 있었다. 꿈틀거리며 솟구치는 봄의 기운을 찬바람도 막지 못했다.
그렇게 봄은 산책을 마치고 일터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빨간불 뜨면 해고, 마치 ‘오징어 게임’ 같았다”…만우절 농담 같았던 ‘마지막 출근’
- 전한길·전광훈 선 못 그으면서···‘김어준 지령설’ 펴는 국민의힘
- “윤석열 석방 화나서 감옥살이 못하겠다” ‘돈봉투 무죄’ 송영길 항소심 시작
- 윤석열 선고 전 야권에 기운 민심 확인···4·2 재보선 압승으로 나타났다
- 트럼프 “적보다 우방이 더 나빠···한국 자동차 81%는 한국서 생산”
- 탄핵심판 선고, 금융시장 영향은?…‘노무현·박근혜’ 사례 살펴보니
- [인터뷰]‘탄핵 찬성’ 김상욱 “닭 목 비틀어도 새벽은 와…내 역사적 소명은 파면”
- 국힘 김미애, 장제원 겨냥 “누구든 돈과 권력으로 범죄 저질러선 안돼”
- DOGE까지 문 닫나…미 매체 “머스크, 곧 그만둘 것” 테슬라 복귀 시사
- “예방진화대원 사망, 예견된 일…일 터지면 그때만 반짝, 이번엔 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