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가파식 정치에 법원 제동…잇단 갈등에 사법·행정 긴장감 고조
미국 사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쏟아낸 일방적 정책에 잇달아 제동을 걸었다. 절차상 하자가 있거나 이념적 편파성이 강한 정책이 주로 중단 명령을 받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원색적으로 반발하면서 삼권분립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정부가 법원 판단에 사실상 불복한 데 이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판사 개인을 향해 ‘좌표 찍기’ 비난을 벌이자 연방대법원장까지 나서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법원은 ‘트랜스젠더 군 복무 제외’를 담은 행정명령이 시민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결했다고 AP통신·워싱턴포스트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나 레예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트랜스젠더 군인 14명이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낸 행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행정명령과 국방부 정책은 트랜스젠더 복무가 군의 준비태세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며 “원고들은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하며, 이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한다”고 했다. 레예스 판사는 “참혹한 아이러니는, 군이 자신의 평등을 부인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타인의 평등을 지키려 희생하고 숨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군의 준비태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국방부는 트랜스젠더의 신규 입대를 중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역점을 둔 정부 구조조정도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대외 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하려는 과정에서 위헌적 요소가 있었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연방법원은 이날 선출직 공무원도 아닐뿐더러,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정식 임명을 받지 않은 머스크가 행사한 권한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DOGE가 권한을 가진 기관의 승인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예산 및 인력의 삭감·축소를 벌인 점도 인정됐다. 머스크는 DOGE의 수장을 맡아 정부 조직 해체와 공무원 감축을 주도해왔다.
일련의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와 미 사법부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서 나왔다. 존 로버츠 미국 연방 대법원장은 이날 “지난 200여년 동안, 탄핵은 사법 결정에 대한 이견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이견 표현이라는) 그 목적을 위해 항소심 절차가 있다”는 이례적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 판단을 무시한 데 이어 “좌파 미치광이” “판사 탄핵” 등을 운운하며 사법부를 공격하자 나온 성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이민자 200여명의 추방을 중단하라는 법원 명령을 무시하고 조치를 강행한 데 이어, 해당 판사를 “급진적 좌파 미치광이”라며 탄핵을 주장했다. 또 “나는 유권자들이 바라는 일을 하고 있다”며 삼권분립 체계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폈다.
대법원 경고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법원장이) 내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악당 판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살펴보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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