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케이블카 운영사 "곤돌라 반대 않겠다" 약속하고 소송냈다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이 주춤거리고 있다. 오는 11월 완공 예정이던 하부 승강장 공사도 멈춰섰다.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의 반대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한국삭도공업은 “곤돌라가 생기면 케이블카는 손해를 본다”며 법원에 ‘도시관리계획 결정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이 한국삭도공업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곤돌라 사업은 일단 중단됐다. 양측은 지난달부터 법정에서 다시 다투고 있다.
하지만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의 곤돌라 사업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 도시공원위원회는 지난 2023년 1월 17일 열린 제1차 심의에서 ‘남산1 근린공원 조성계획결정(변경) 및 경관심의(안)’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한국삭도공업 측은 당시 ‘시에서 추진하는 곤돌라 사업 등 남산 관련 교통 정책에 반대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심의 가결을 요구했다. 심의안에는 케이블카를 전면 리모델링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당일 회의에는 한국삭도공업 관계자가 ‘안건 설명자’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공원위원회는 '곤돌라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한국삭도공업의 의견을 전제로 이 안건을 조건부 가결했다.
시가 계획대로 공사를 마무리하면 25대의 곤돌라가 예장공원~남산 정상까지 832m 구간을 오가며 시간당 최대 1600명의 관광객을 실어나르게 된다. 남산 케이블카 입장에선 경쟁자가 생기는 셈이다.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은 과거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고(故) 한석진씨가 설립했다. 사업권을 따낼 당시 사업 종료 시한을 정하지 않아 일가친척 등이 계속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195억3718만원, 영업이익은 64억7411만원에 이른다. 반면 산림청에 납부한 점유 비용은 6410만원에 그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남산 케이블카는 두 가문이 대대손손 독점하면서 수익을 고스란히 독식해왔다”며 “곤돌라 사업은 공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삭도공업 변호인 측은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 정신병원 보내줘!"…전교 1등 미치게한 '악마의 1만원' | 중앙일보
- "8살 데려다 뭐하는 짓이냐"…'언더피프틴' 방영 전부터 논란 | 중앙일보
- 계엄 투입 前 HID 요원 20명…“진짜 무서운 건 그들의 임무” | 중앙일보
- "성관계 어렵다"…뭔 사고길래, 스타벅스 727억 배상 판결 | 중앙일보
- 인도서 여성 관광객 집단 성폭행…동행 남성은 강물 던져져 익사 | 중앙일보
- 1000원 수세미로 4조 팔았다…다이소 비밀은 ‘큰손 아줌마’ | 중앙일보
- "자꾸 가슴 파고들더니"…반려견 덕에 유방암 발견한 미국 여성 | 중앙일보
- 새까만 눈에 회색 얼굴…나사 생중계 포착된 '외계인' 정체 | 중앙일보
- "남편과 자식들 죽이겠다"…'코드 제로' 발령시킨 80대 할머니 | 중앙일보
- 한샘·락앤락도 당했다...그들이 손대면 적자로, 사모펀드 그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