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행복은 의무입니다

2025. 3. 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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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봄에 가장 빨리 만나는 봄나물은 냉이이다. 냉이에는 길게 자란 뿌리만큼이나 깊은 겨울이 담겨있다. 봄 햇살 좋은 날 텅 빈 밭에서 호미 들고 5분쯤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냉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한 광주리 캐어, 냉이 나물과 냉이 된장국을 밥상에 올렸다. 봄을 가득 머금은 달달한 맛에 행복한 미소가 절로 입가에 번진다. 문득 어느 스님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기사와 나눴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스님은 어째서 출가를 하셨습니까?”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나 혼자만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요. 다른 사람의 눈물로 이루어진 행복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요.”

「 개인의 행복은 사회에도 도움
넘치는 행복 정보 큰 도움 안 돼
행복 논의, 생태 차원 확산돼야

김지윤 기자

그렇다. 살아갈 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삶의 모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날마다 새롭게 새로운 만남을 이루고, 이익과 손실, 명성과 악담, 칭찬과 비난, 행복과 불행의 여덟 가지 바람(팔풍)에 늘 맞닥뜨리는 것이 삶의 모습이다. 그 속에서 기쁨·슬픔·사랑·미움·만족·불만족 등 수많은 것들을 맛본다. 각자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매 순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이다. 물론 그 대답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경제·정치·문화·철학·의술·종교행위 등 인간의 모든 행위의 지향점은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2025년 2월 28일 지구의 인구는 82억 명을 넘었다고 한다.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라면 누구나 불행을 싫어하고 행복을 원할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인간들은 전쟁과 환경파괴, 끝없이 이어지는 대립과 갈등을 보고 겪으면서 절망에 빠져있다. 행복을 원하면서 행동과 마음 씀씀이는 불행한 쪽으로 간다면 행복은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멈추고 점검을 해야 한다.

행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절이다. 그런데 온갖 종류의 책과 광고와 음악과 스포츠와 여행과 건강과 명상과 웰빙 등 행복에 관련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사는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외적 조건들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자세히 살펴야 한다.

15년 전 한국을 방문한 긍정심리학자 에드 디너는 “한국은 지나치게 물질 중심적이고, 사회적 관계의 질이 낮다. 이는 한국의 낮은 행복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특히 물질 중심적 가치관은 최빈국인 짐바브웨보다 심하다. 한국사회가 이 상태로 간다면 경제적으로 더 잘살게 되더라도 행복도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지위나 경쟁에 집착하지 말고 내면의 즐거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숫타니파타』의 ‘큰 행복경’에는 세 가지 차원의 행복, 즉 인간의 행복, 천상의 행복, 최상의 행복에 대한 부처님의 고귀한 가르침이 담겨있다. 인간의 행복은 몸과 입을 단속하는 청정한 오계를 지키는 것과 아낌없이 베푸는 보시를 실천할 때 얻어진다. 천상의 행복은 선한 마음을 바탕으로 몸으로는 죽을 목숨을 살리고, 도와주며, 부지런히 일하고, 바른 행동을 하며, 입으로는 바른말과 진실한 말, 화합하는 말과 부드러운 말을 하고, 뜻으로는 베풀어 주고, 자비로 대하고, 지혜롭게 행할 때 얻어진다. 그렇게 되면 긍정적 심리현상들이 나타나 행복의 덕목인 공경·겸손·만족·감사·인내·온화함 등이 체화된다. 최상의 행복은 수행을 통해 삼매를 닦아 마음이 고요해지고, 안정되고, 청정한 삶을 살게 되고, 통찰력이 생기며, 번뇌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고, 고통은 영원히 종식된다. 최상의 행복인 열반을 성취하면 세상의 어떤 일에도 동요되지 않는 담담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어 탐욕도 슬픔도 없이 안온하고 늘 안정적으로 충만한 행복의 삶이 지속되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 행복론에는 “수행을 통해 삶의 자세와 시각, 삶을 살아 나아가는 방식을 바꿀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마음 수행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과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구별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마음 수행을 통해 사람들은 차츰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버리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키우기 시작하라. 이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도 행복한 사람의 특징은 친해지기 쉽고, 마음이 넓으며, 창조적이고, 좌절감도 쉽게 극복하고, 애정이 풍부하고, 용서도 잘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또한 행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열린 마음을 갖고 타인에게 다가가 기꺼이 도와준다. 행복 추구가 한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행복은 삶의 목표이고, 개인을 넘어, 사회적 차원과 생태적 차원까지 행복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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