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인데 폭설에 꽃샘추위…올해도 ‘꽃없는 꽃축제’ 되나
최근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준비 중인 봄꽃 축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17일 전국 자치단체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 지역은 잇단 폭설 등으로 축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봄마다 ‘솔올블라썸 벚꽃 축제’를 개최해 온 강릉 교1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 비와 눈 소식에 축제일을 정하지 못했다. 주민자치위 관계자는 “맑은 날씨가 유지돼야 3월 말 축제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 삼척시는 지난해 3월 말 개최했던 ‘맹방유채꽃 축제’ 일정을 올해는 4월 초로 미뤘다. 축제는 4월 4일 개막해 20일까지 열린다.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 주민들도 최근 몇 년간 예측하기 어려운 기온 변화로 벚꽃 축제 일정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 축제 당시에는 냉해로 벚꽃이 피지 않아 마을 길을 따라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다. 이에 주민들은 ‘벚꽃이 냉해를 입어 부실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부귀리 벚꽃축제추진위원회 신수현 위원장은 “이달 말까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 피해가 우려된다”며 “예년처럼 일정을 앞당겼다가 벚꽃이 피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 올해는 날짜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귀리 벚꽃 축제는 4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꽃이 피지 않은 채 개막한 축제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일 개막해 16일까지 이어진 전남 ‘광양 매화축제’는 개막 초기 개화율이 10%대에 그치면서 축제 분위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광양 매화마을을 찾은 관광객 정수영(45·광주광역시) 씨는 “축제 개막일에 찾았지만 만개한 매화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 매곡동에서 지난 8일 개막한 ‘탐매축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당초 지난달 22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기습 한파 등으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개막했다. 하지만 개화가 늦어지면서 꽃망울만 맺힌 상태였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열린 ‘홍매화축제’도 개화율이 낮아 어려움을 겪었다. 신안군은 개막을 앞두고 방한비닐을 씌우는 등 개화율을 높이기 위한 조처를 했지만, 관광객 유입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신안군 관계자는 “올해 처음 열린 축제인데 꽃이 만개하지 않아 지역 상인도 아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남 양산에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열린 ‘원동매화축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꽃이 피지 않자 양산시는 매화나무 가지에 전구를 설치해 매화꽃이 핀 것처럼 연출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분홍 물결을 볼 수 있는 제주도마저 봄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벚꽃 축제는 이달 말에나 열릴 예정이다. 제주시 전농로에서 열리는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오는 28∼30일, 제주시 애월읍에서 열리는 ‘제7회 애월읍 왕벚꽃축제’는 오는 29∼30일 진행된다.
산림청은 올해 봄꽃 개화 시기가 작년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추위가 2월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2025년 봄철 꽃나무 개화 예측지도’에 따르면 올해 꽃나무 개화는 3월 중순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을 거쳐 4월 초순까지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2월~올해 2월 평균기온은 영하 1.8도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도가량 낮다.
박진호·위성욱·최경호·최충일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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