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뒤집어져요"…지연되는 선고에 탄핵 찬반 분열 최고조
"탄핵 심판 선고가 나면 부모님과 더 멀어질까 걱정이에요."
평소 부모님과 정치성향이 달라 부딪히는 일이 잦았던 대학원생 정모씨(26)는 17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했을 때 부모님께서 결과를 받아들이시지 못하실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계엄 선포 후 3달 동안 부모님과 견해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며 "정치 문제로 가족관계가 나빠져 속상하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갈라진 여론이 가족, 친구, 직장 등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상보다 헌재 선고가 지연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하고, 여론 분열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탄핵에 찬성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헌재 선고가 임박할수록 어머니와 대화하면 속이 뒤집어진다"며 "어머니께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씀하셔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계엄 후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탄핵 선고가 안 나와서 불안하다"며 "빨리 옳은 결과가 나와서 사태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녀와의 대화를 꺼리는 부모 세대도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60대 정모씨는 "계엄은 잘못됐지만 탄핵할 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탄핵에 찬성하는 자녀와 얘기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정치 얘기는 최대한 피하려 한다. 심판 기간이 길어진 만큼 서로 지쳐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40대 김모씨는 "친한 친구들끼리도 정치 성향이 안 맞아서 지난 몇 달간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좋은 정치 지도자를 기다리는 마음만큼은 모두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 정치색에 관계없이 국민을 포용할 수 있는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들 간 견해차는 각종 여론조사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시민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의 비율은 58%, 반대하는 사람의 비율은 37%였다.
세대 간 격차가 눈에 띄었다. 20대와 30대는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의 비율이 각각 68%, 59%였다. 40대와 50대도 각각 73%, 63%가 탄핵에 찬성했다. 반면 60대에서는 찬성 48%, 반대 47%로 찬반 의견이 갈렸다. 70대 이상에서는 탄핵에 31%만이 찬성하고 62%가 반대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도 "탄핵 심판 막바지다 보니 많은 이들이 예민해진 상황"이라며 "탄핵 선고가 나면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다함께 결과에 승복하는 메시지를 내서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 국면에 돌입할텐데, 이때 후보들은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공약을 선제적으로 내고 시민들도 그런 정치인을 응원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언론도 대선 주자들 간 비방보다는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 통화 7484명 중 1001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은 1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불륜으로 임신" 신문 1면 나온 남자배우…'누명' 벗은 사연 깜짝 - 머니투데이
- "무도는 박명수 때문에 끝났지"…정준하 깜짝 발언 - 머니투데이
- 정우성 "책임 다하겠다" 발언 의미…혼외자 상속 '이것' 거쳐야 - 머니투데이
- 서정희, '♥6살 연하' 김태현과 침대서 다정한 포즈 "행복" - 머니투데이
- 김수현, 故 김새론 집 설거지 사진까지…"바지 안 입은 상태" - 머니투데이
- '불륜 강경준' 품은 장신영 "작년 생일때 펑펑 울어"…감동받은 사연 - 머니투데이
- 돈 많이 번다는 한화에어로 3.6조 유증 왜?…방식·시점에 의문 - 머니투데이
- 김청 "엄마, 18세에 낳은 나 뺏기지 않으려 도망…사기 많이 당해" - 머니투데이
- 퇴사 또 퇴사, "실업급여 주세요" 반복?…앞으론 받기 까다로워진다 - 머니투데이
- 대형견에 '퍽' 맞고 코뼈 골절…애견호텔 "우린 책임 없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