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재판 동반자 윤석열과 이재명

권순욱 2025. 3.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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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동귀어진에 공세 수위 강화
항소심 이후 尹 탄핵선고 유력
헌재, 정치적 판단 개입 가능성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게 되면서 장외 활동을 재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방탄복을 착용한 채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행진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3월말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기일이 잡히지 않으면서 갖가지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 기일을 공지하지 않았다. 정치권과 법조계 소식을 종합하면 20일이나 21일로 선고 기일이 잡힐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번주 선고는 힘들어졌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26일로 예정된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그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서로 원하지 않았지만 운명의 동반자가 되었다. 윤 대통령의 동귀어진(同歸於盡), 함께 죽을 각오로 상대방에게 덤벼든다는 무협지의 고사가 현실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비호감 대결을 펼친 바 있다. 대화와 타협이 중시되는 의정활동 경험이 없고, 독단적인 행정가로서의 경험만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대선 이후로도 두 사람은 경쟁자 관계에 있었고, 급기야 거대 야당 대표가 된 이 대표가 줄탄핵, 입법권 남용, 예산안 난도질 등으로 윤 대통령을 자극했고, 이에 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선포라는 극단적 대응을 선보였다.

두 사람은 정치생명을 걸고 싸움을 했고, 두 사람 모두 위태로운 처지에 서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와 법원도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기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친윤과 친명의 사생결단식 싸움에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진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어느 한 사람은 살고, 다른 한 사람은 살아나는 시나리오를 반길 사람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관망하는 중도층도 그렇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윤석열·이재명 동시청산'을 주장한 것도 중도층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더구나 헌재의 판단은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3인, 국회 3인, 대법원 3인 추천으로 헌재를 구성하는 것도 정치의 논리고, 헌재 결정 자체가 정치적 결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여부 또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런 측면에서 헌재로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이 거센 상황을 무시하기 힘들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재판결과가 미정인 가운데 서둘러 결과를 내놓고 비판을 감내할 이유도 크지 않다. 헌재가 위험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 대표에 대한 2심 선고 결과를 지켜본 후에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큰 이유다.

항간에는 이 대표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면 헌재도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한다. 반대로 1심을 뒤집고 무죄가 선고되면 윤 대통령 탄핵 사건도 각하나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같은 추측은 말 그대로 추측에 불과하다. 분명한 것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운명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싫든 좋든 하나의 운명에 묶였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운명이다. 물론 불리한건 이 대표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짧게나마 대통령 권력을 행사했지만 이 대표는 거대 야당 대표로 그치게 되니까 말이다.

헌재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뒤로 미루는 데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선입선출로 따졌을 때 18일 첫 변론기일에서 변론을 종결한 박성재 법무부장관 탄핵 사건을 먼저 처리할 필요성도 있다. 또한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사건도 윤 대통령 사건보다 1주나 먼저 변론이 끝난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헌재로서는 한 대행 사건을 먼저 처리하고, 뒤이어 박 법무부장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 사건을 처리해도 논리적으로,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사법리스크 부담을 안고서라도 대통령 자리에 오르려하는 이 대표와 민주당 정치인들, 그 지지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겠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헌재가 선고 기일을 발표하지 않자 이 대표의 발언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사람은 위기에 빠졌을 때 본성이 나온다고 한다. 이 대표가 산증인이다. 그러고보면 윤 대통령의 동귀어진은 성공을 향해 가고 있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선고는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선고 이후가 유력해졌다.

권순욱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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